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지구는 둥글지만 세계는 평평하다. 21세기 세계 흐름에 대한 최고의 통찰은 ‘평평해지고 있다’는 토머스 프리드먼의 주장이다. IT 혁명으로 국가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경쟁무대가 넓어지면서 비즈니스 세계의 산과 계곡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역량만 갖추면 누구나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수평적 시대에 접어들고 있음을 의미한다.

교육 세계도 마찬가지로 평평해지고 있다. 사교육이 공교육을 위협하는 절박한 상황도 따지고 보면, 더 좋은 기회를 찾으려는 교육수혜자의 주도적인 움직임에 기인한다. 경쟁자, 경쟁조직, 혹은 경쟁국의 교육방식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평평한 구조의 결과이다. 교육기회에 대해 폭넓게 볼 수 있기에 그만큼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과연 우리나라의 교육정책이 그런 시대적인 흐름을 올바르게 반영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최근 교육부의 교육정책 변화기조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될 수 있다. 한 가지는 조급해졌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선진국 교육정책의 도입에 적극적이라는 사실이다. 우선, 보다 유리한 교육환경을 찾아나서는 교육수요에 신속하게 대응하려는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교육정책의 일관성에 대한 비판도 많지만, 역동적인 변화를 추구해야만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문제는 선진국 교육체계에 지나치게 집착한다는 점이다. 최근 부각되고 있는 9월 학기 학제개편과 ABEEK(공학인증제)와 같은 교육제도들이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종합적인 청사진 설계가 아니라, 단편적이고 부분적인 처방으로 교육혁신 운운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세계적인 경영혁신 대가인 데밍 박사는 일본의 경영혁신을 직접 지도한 사람이다. 훗날 미국으로 귀환하여 일본에서 성공시켰던 혁신개념을 자국에 도입하려고 노력하였다.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거친 그가 고백했다. “미국은 미국식 빵을 구워야 한다. 그러면 나는 버터를 바르겠다” 혁신은 모방이 아니라 창의적 사고가 전제되어야 하는 것을 현장에서 깨달은 것이다.

교육혁신도 바로 그러한 교훈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새로움’에서 가치를 찾는 것이 혁신이다. 선진국 정책이니 우리도 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은 이는 이미 혁신성을 잃은 것과 같다. 우리나라의 최대 자산은 사람이요, 교육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우리의 교육열정을 긍정적으로 보아야 한다. 열정 자체가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이제 선진국 교육정책의 모방에서 탈피하여, ‘인적자원 육성의 한국형 베스트 프랙티스’를 만들어 나갈 것을 촉구한다.  오히려 그들이 우리를 벤치마킹하도록 만드는 혁신 리더십에 관심을 가질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