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안영준 대학부장 (g1014@skku.edu)

대학생들에게 “FTA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라는 질문을 건네면 돌아오는 답은 늘 모범답안뿐이다. “국가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가 손해에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등 TV만 틀면 연일 나오는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얘기만을 반복하고 있다. 사실 대학생만의 대답을 바라는 것은 헛된 기대일 수도 있겠다. 아직 학생의 신분이니 경제생활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는 부분도 적어 관심이 없을 것이고 이미 대학생인지라 교육개방도 그리 피부에 닿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이는 우리 신문사에서 실시한 이번 설문결과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FTA에 관심이 없는 이유로 ‘나와는 관련이 없을 것 같아서’가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한 것이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에 나만의 시각을 갖고 바라보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 한 일일지도 모른다.

현대 사회의 대학생, 당신은 어느 계층에 속하는가. 입시지옥에 시달리는 수험생도 아니요, 그렇다고 하루하루 먹고살기 바쁜 사회인도 아니다. 마인드는 수험생, 행동은 사회인인 어느 계층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적인 집단이다. 이런 현실이다 보니 자연스레 FTA 등 사회 쟁점에 관심이 없을 수 밖에…

주제를 돌려 노동자를 이야기해 보자. 최근 연일 노동자들의 FTA 반대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FTA에 존재하는 이른바 ‘의무이행 강제의 금지’에 대한 규정 때문이다. 이 조항은 말 그대로 의무를 이행하는 것에 대한 강제를 금한다는 뜻인데 이 규정이 적용된다면 기업은 △고용승계 의무 △내국인 일정비율 고용 의무 △노동기본권의 보장 의무 등을 이행할 필요가 없게 된다. 당연히 노동자들이 펄쩍펄쩍 뛸 수밖에 없다.

다시 본 주제로 돌아와서, 집안에 돈 좀 있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대학생의 대부분이 노동자가 된다. 이에 동의하지 못하겠다면 단어를 바꿔보자. 집안에 돈 좀 있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대학생의 대부분이 근로자가 된다. 인기직종인 금융계나 공기업에 취업 혹은 교수가 된다 해도 결국엔 근로자다. 당신이 자본을 소유하고 있지 않는 한. 그렇다면 대학생들은 좀 더 노동자, 아니 근로자의 시각으로 FTA를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졸업하면 당장 내가 속하게 될 계층 근로자. 당장 나의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관심을 멀리하는 것 보다 한걸음 더 내다보는 것이 더 현명한 아니 어찌 보면 당연한 우리들의 자세가 아닌가.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겠다. “당신도 노동자 맞아요”(‘근로자’라는 단어는 군사정권 당시 ‘노동자’라는 개념 속에 내포되어 있는 계급의식을 희석시키기 위해 만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