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물목] - 김영한(경제) 교수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점차 가을빛이 짙어가는 캠퍼스에, 한미FTA를 걱정하는 우리 학생들의 우려들이 캠퍼스 여기저기에 붉은 글씨로 걸려있다. 지난 2월, 협상개시가 선언된 이래, 이제 10월의 4차 협상을 앞두고 있는 최근까지, 정부의 엄청난 정책홍보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미FTA는 여전히 국론분열의 또 다른 진원지로 작용하고 있다. 이토록 진전 없는 논란만 확대 재생산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또 그 해법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자.

FTA를 포함한 모든 형태의 시장개방을 통한 자유무역이 이익을 가져다주는 원천은, 과거 비교열위부문에서 비효율적으로 활용되던 생산요소들을 비교우위부문으로 재배치하여,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이는 한미FTA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즉 미국에 대하여 우리의 비교열위산업인 농업 및 축산업, 정밀화학 등에 고용되어있던 노동력 등 생산요소들이, 우리의 비교우위산업으로 재고용될 때, 한미FTA가 실질적인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것이다. 정부의 숱한 정보홍보노력들이 공허한 메아리로 들리는 첫 번째 이유는, 농업 등 비교열위부문에 고용된 노동력의 재배치 등 산업구조조정에 대한 설득력 있는 정책대안제시와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출 노력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한미FTA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과학적이고도 객관적인 분석결과에 기초하여, 논의가 전개되어야 할 것이나, 현재까지 정부가 제시한 효과분석은, 최소한의 개연성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즉 정부연구소가 제시한 연산가능일반균형(CGE)모형에 근거한 추정결과는, 모든 산업이 경쟁적 시장체제를 갖춘 가운데, 시장에서 퇴출되는 산업에서조차도 향후 자본축적이 이루어진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가정에 근거하고 있다. 그만큼, 이상한 분석모형에 근거한 한미FTA의 장밋빛 그림들은 그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세 번째, 한미FTA에 대한 논의에서, 정치적 동기와 경제적 동기가 구분되지 않고 있는 측면이다. 특히 우리 사회의 보수세력들이 한미FTA를 지지하는 배경으로는, 예상되는 경제적 이익보다는, 과거의 혈맹관계를 회복하는 좋은 계기라는 믿음이 자리잡고 있다. 또한 최근 정부는 내년 7월 1일에 신속협상권한(TPA)이 만료되는 미국의 국내일정에 맞추어, 내년 3월말을 협상시한으로 설정한 가운데, 한미FTA를 정치적 기정사실로 몰아가고 있는데, 이러한 정부의 접근방식이 국가적 논란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한편 한미FTA논의과정에서 더욱 경계하여야 할 것은, 장기적으로 시장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는 비효율적 단순농업 등 비교열위산업을 무조건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농업을 포함한 모든 산업부문에서 대외경쟁압력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소국개방경제라는 우리경제의 현실을 고려할 때, 세계시장에서 비교우위를 보이는 산업, 특히 고부가가치산업에 특화하는 것이 우리 경제의 유일한 생존전략이라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향후의 한미FTA논의가 우리 경제의 실질적인 도약의 계기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농업 및 축산업을 포함한 우리의 비교열위산업들을 고부가가치산업으로 전환하는 국내산업구조조정정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과도기간 동안의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사안이다. 또한 한미FTA의 효과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지금이라도 서둘러 불필요한 논란의 소지를 줄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