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송민수 기자 (smssmsm@skku.edu)

노란 은행잎이 수놓은 삼청동 거리를 걷노라면 가을의 낭만과 정취가 묻어나는 전통찻집들이 곳곳에 눈에 띈다. 카페처럼 화려하거나 세련되진 않지만 사람내음나고 정겨움이 묻어나는 찻집은 가을과 어울려 더욱 멋스럽게 다가온다. 그중에서도 특히 우리 고유의 전통적 분위기를 잘 살리고 있다고 소문난 찻집 ‘옹달샘’과 ‘차 마시는 뜰’을 찾아 그곳의 매력을 들여다봤다.

 

옹달샘
한옥을 개조해 만든 찻집, ‘옹달샘’ 안으로 들어가면 작은 마당이 펼쳐진다. 마당에는 주인이 직접 가꾼 야생화가 소박하게 피어있고 1년 이상 숙성된 차를 담아놓은 장독대들이 가지런히 놓여있어 마치 고향에 온 듯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발걸음을 옮겨 찻집 내부에 들어서면 따뜻하게 데워놓은 온돌바닥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다.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만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것 같았던 예상과는 달리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모여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또 ‘옹달샘’은 노란 조명 하나와 테이블마다 놓인 촛불만이 내부를 그윽하게 비추고 있는데 이는 사람들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안성맞춤의 조건이다.

1년 이상 숙성시켜 만든 유자차와 모과차가 별미로 손꼽힌다. 이 집의 메뉴 중에는 이 두 차는 모두 집에서 직접 만들어 그 맛이 더 특별한데 설탕이 거의 들어가지 않아 담백하면서도 깔끔한 맛을 유지한다. 또 인절미를 불에 직접 구워 조청에 찍어 먹는 ‘구운 인절미와 조청’도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마음도 편해지고 몸도 편해지는 이곳 옹달샘을 찾아 구운 인절미에 유자차 한잔 마셔본다면 이 가을이 더욱 풍성해 지지 않을까.

차 마시는 뜰
북촌 한옥마을 언덕에 위치한 ‘차 마시는 뜰’은 사방이 유리로 돼 있어 멀리 인왕산이 한눈에 들어오고 아래로는 삼청동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그 속에서 마시는 차 한 잔의 즐거움이란 찾아 본 이들만이 느낄 수 있는 매력이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그릇 박물관’이었다는 이곳은 조선시대와 청동기 시대의 그릇들을 찻집 내부에 전시하고 있어 박물관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또 차를 마시는 탁자만을 보더라도 1백50년이나 지난 골동품이라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차 마시는 뜰’을 찾는 손님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꼭 시루떡을 차와 함께 곁들여 먹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시루떡은 이 집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음식으로 아침마다 반죽을 해 매일 새롭게 내놓는다고 한다. 또 쌍화차와 대추자도 15시간 이상 항아리에 담가놓았다가 손님에게 대접한다고 하니 맛에 담긴 이 집만의 정성을 느낄 수 있다.

언덕에 위치한 ‘차 마시는 뜰’을 찾아 가는 데는 제법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정성이 담긴 차와 멋스러운 분위기는 그 이상을 담아내고 있어 한 번쯤 가보길 권해 본다. 또 중요한 모임이나 약속이 있다면 예약제로 운영되며 ‘차 마시는 뜰’에서도 가장 전망 좋기로 소문난 독방을 이용해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