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익(경영)교수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어떤 주식을 사려고 할 때 빈번히 참고하는 지수 중의 하나가 주가순자산비율(PBR)이다. 회사가 재무제표를 통해 공시하는 자산가치 1원에 대해 시장에서 실제 거래되는 가격을 나타낸다. 주가순자산비율이 1보다 낮다는 것은 경영자가 회사의 가치는 1원이라고 주장함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는 1원을 다 쳐주지 않는다는, 즉 시장에서 제값을 받지 못함을 의미한다. 외국자본시장에 비해 한국시장에서만 유독 이렇게 제값을 못 받는 일이 생길 때 우리는 이를 “코리아 디스카운트”라 부른다. 우리 시장은 외환위기 때 소위 심각한 국가적 할인현상을 경험한 바 있다. 외국 투자자들의 헐값 매입과 일부 투기자본의 “먹튀”현상에 대해 울분을 토하게 만드는 이런 국가적 할인현상이 왜 발생했을까?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다. 가장 큰 원인으로서 합리적 기업지배구조와 회계투명성의 결여를 지적한다. 이익이 부풀려 보고되어도 이를 제어하는 장치가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분식회계란 기업회계기준 자체가 선진화되어 있지 않았거나 경영자가 회계기준을 고의적으로 준수하지 않았으며, 감사인 또한 부실감사로 눈을 감아 주었을 때 발생할 수 있다.

우리는 이러한 뼈아픈 옛 경험을 바탕으로 그동안 회계투명성 제고와 공시시스템의 개선 등 회계개혁을 위해 거국적으로 많은 노력을 해왔다. 우선 정부가 제정하던 기업회계기준을 독립성을 갖춘 민간전문기구인 한국회계기준원에 위양하여 제정케 하고, 감사위원회와 사외이사제도 도입, 내부회계관리제도와 집단소송제 실시 등이 그 예이다.

그러나 외국투자가들은 국가경쟁력보고서(IMD)등을 통해 아직도 우리의 회계투명성을 매우 낮게 평가하고 있으며, 국제자본시장에서 한국에 대한 국가적 할인현상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그동안 기업회계기준은 국제기준에 상당히 근접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 기업의 회계처리 관행도 과거에 비해서는 크게 개선되었으나, 일부사항에 대해서는 아직도 국내 상관습 혹은 국익의 이름으로 국제기준과의 괴리를 독자적으로 인정해 오고 있었던 게 사실이었다.
 
지금의 세계 경제는 글로벌화 되어 있고, 특히 금융시장에서는 국경 없이 자금이 자유로이 이동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동일한 거래에 대해 세계적으로 동일한 언어를 사용해 표현해야 한다는데 대한 국제적 합의는 대체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회계기준의 양대 축을 이루고 있는 국제기준과 미국기준이 모두 동의하고 있는 바이고, 단기 및 장기계획으로 나누어 상호 합치노력을 계속할 것을 공약한 바 있다. 현재 세계 약 100여개 국가가 어떤 형태로든 국제기준을 수용하고 있거나 수용계획을 밝히고 있다.

우리 정부도 국제기준 전면수용의 큰 흐름을 인정하고 있으며, 이를 조속히 추진하기 위한 로드맵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국제기준이 전면 수용되면 최소한 회계기준의 관점에서는 국가적 할인요인이 해소되고 우리의 기업이 제값을 받게 되는 기틀이 마련될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