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금속의 뜨거운 고백
차가운 금속의 뜨거운 고백
  • 조원국 기자
  • 승인 2006.11.15 00:00
  • 호수 1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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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스케치]

나라를 빼앗긴 설움과 앞으로의 희망을 웅장하면서도 비애 어린 선율로 동시에 담아낸 안익태 선생의 <한국환상곡>. 그 속에 담긴 전통과 근대, 희망과 절망의 이중성은 음악뿐만 아니라 당시의 여러 예술 분야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한국환상곡>에서 영감을 얻어 금속공예를 통해 시대를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서초구 우면동에 위치한 치우금속공예관의 개관 1주년 기념 전시회인 <코리아 환상곡>전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금속공예가 중 한 사람인 유리지 서울대 교수가 설립한 치우금속공예관은 예술계에서 별로 주목받지 못한 현대금속공예를 조명하고자 하는 취지로 설립된 금속공예전문 미술관. 이런 점에서 볼 때 우리나라 현대 금속공예의 기원을 탐색하고 현재를 살펴볼 수 있는 이번 전시회는 이 미술관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기획전인 셈이다.

1900년대 초부터 1백년간 제작된 작품 30여점을 시대별로 구분해 총 3부로 구성된 전시장에서 관람객들을 제일 먼저 맞이하는 것은 1부 ‘여명’. 1900년대 일제강점기 때 금속장인들의 손에서 태어난 작품들은 용이나 꽃과 같은 고유의 문양을 알루미늄이라는 현대적인 소재에 담아내거나 전통적으로 잘 쓰이지 않던 검은색을 띄도록 옻칠을 하는 등 전통성과 현대성의 충돌, 일본의 미와 한국적 정서의 혼재가 묘한 이질감을 불러일으킨다.

이어서 2부 ‘개화’는 해방의 물결 속에서 화려한 꽃을 피우기 시작한 현대 금속공예의 모습을 보여준다. 몇몇 대학에 미대가 설립되면서 초기 금속공예교육을 일궈낸 교수들의 작품에서는 한층 다채로워진 색감과 나무나 보석 등 다양한 소재의 활용이 눈에 띈다. 또한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문양과 색채를 재해석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일제강점기 동안 왜곡된 한국의 미에서 전통성을 찾고 이를 회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3부 ‘창연’에 이르면 전통공예의 맥을 잇는 3세대 금속공예가들의 작품이 나타나며 현대 금속공예의 절정이 도래했음을 알린다. 7,80년대에 제작된 대다수의 작품들이 2000년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눈으로 보기에도 전혀 손색이 없어 자기 집 거실에 가져다 두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할 만큼 뛰어난 세련미를 자랑하면서도 유난히 한적한 자연의 아름다움과 같은 한국적인 주제에 집중하는 모습이 그 증거물이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던 격동의 시대, 전통과 근대 그리고 현대가 맞물린 접점에서 태어난 수많은 금속공예품들. 서로 상반된 가치가 만나 때로는 충돌하고 다시 화해하면서 이뤄낸 공존의 흔적이 그 안에 고스란히 살아 숨 쉬고 있다. 차가운 금속에 담긴 뜨거운 시대상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웃음과 눈물이 뒤섞인 모순의 역사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기간:~11월 18일
△장소:서초구 우면동 치우금속공예관
△입장료: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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