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배연진 기자 (darkbae@skku.edu)

오는 목요일은 올해로 14번째를 맞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수능)일이다. 이날이 되면 전국에 있는 70만 수험생들은 자신의 인생을 결정할 한방을 위해 비장한 각오로 로또용지 비슷한 종이에 점을 찍을 것이다. ‘대학에서 수학할 수 있는 적격자를 선발하기 위한 시험’이란 수능의 사전적 의미와 ‘대학 입시 위주로 이루어지는 고등학교 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 도입된 입시제도’란 수능의 제도 도입적 의미는 이미 퇴색된 지 오래다. 따라서 지난 9월에 발표한, 내년부터 수능을 자격기준으로만 설정하고 실제 입시성적으로는 반영하지 않겠다는 서울대의 2008입시요강은 표면적으로는 로또식 한방 수능을 올해로 마감하고 말로만 되풀이하던 공교육 정상화에 한 발짝 다가서려는 시도란 점에서 반갑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것이 단지 하나의 시도일 뿐, 실제 대학들의 모습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실망스럽기도 하다. 교육부의 성화에 못이긴 대학들이 명목상 학생부 반영률을 높이긴 했지만 이것이 실질반영률까지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비율을 높게 잡은들 최고·최저점자간의 차이가 미비한 방식으로 행해진다면, 게다가 공교육에서는 배우고 있지 않는 내용들로 구성된 논술과 면접에 실질적인 비중이 주어진다면 이는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할 따름이다.

공교육 정상화. 일부에서는 이를 단순한 ‘이상’일 뿐이라 비판한다.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어떠한 제도가 나오든 기존과 마찬가지로 그것에 맞는 사교육이 성행할 것이란 주장이다. 실제로 대학에서 내신을 강화하거나 수행평가의 반영비율을 높인다면 이를 교육하는 학원들이 호황을 누리게 될 것이란 점은 누구나 쉽게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비록 ‘이상’에 불과하다며 비판받을지라도 공교육 정상화는 놓쳐서는 안 될 부분이다. 현재의 입시경쟁은 사교육의 성행으로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 사이에 불공정한 경쟁이 계속되고 있다. 현재 서울대를 비롯한 유수의 국립대들이 지방할당제 등을 시행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미봉책에 불과할 뿐이다. 어찌 보면 사람보다 돈의 가치가 더 우선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보다 많은 자본을 소유한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우월한 것은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평등에 더 많은 가치를 두고 있으며 헌법에도 명시돼 있는 동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만큼은 공평하게 받을 수 있도록 제도의 수정이 필요하다. 공교육이 인정받는 분위기 속에서 대학은 인성 교육에 충실한 학생을 선발하는 것. 이는 당장에는 ‘이상’이라 불리고 있지만 사교육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유럽 선진국들의 사례를 적절히 우리의 것으로 만드는 등 꾸준한 노력이 이어진다면 단지 한낱 꿈에 지난 일만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