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룡(프문) 강사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흔히들 프랑스 파리의 카페는 ‘특별하다’고 한다. 왜 그럴까? 커피를 앞에 놓고 잡담을 주고받는 밀폐된 공간(그 어두침침함이란!)으로 카페를 경험했던 나에게 파리의 카페는 개방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놀라운 것이었다. 유학 초창기에는 의자를 밖으로 꺼내놓고 커피를 즐기는 파리의 카페가 산만해보이기도 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던 중 카페가 친밀한 공간으로 다가온 것은 전적으로 시간 덕분이었다. 카페에서 책을 잡고 앉아 멍하니 거리의 행인들이 내품는 원색의 물결들을 바라보곤 하던 한 두 해가 지나가자, 어느새 카페는 내 생활의 일부가 되었던 것이다. 프랑스에서 카페와 빵집은 하루에 한번 정도는 꼭 가는 곳이다(바게트는 그날 먹지 않으면 바로 굳어버린다). 때문에 카페는 ‘매우 일상적인 공간과 장소’를 이룬다. 이는 프랑스 인들의 생활이 우리와 확연히 다른 구조를 바탕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노동 조건이 한국에 비해 비교적 느슨하기(?) 때문에 프랑스 인에게는 출근하기 전 카페에 들러 커피와 함께 신문 나부랭이를 뒤적일 여유가 있는 것이다. 물론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직장 근처에 오밀조밀하게 펴져 있는 단골 카페를 찾아 샌드위치를 맥주나 포도주와 곁들여 점심을 해결한다. 퇴근 후에도 내키지도 않는 직장 동료들과의 술집 행 대신, 절친한 친구들과 함께 카페를 찾아 사적인 시간을 즐긴다.

카페는 집 바로 앞에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유모차를 끌고 들르거나 책을 뒤적거리는 사이에 안면을 트게 된 카페 주인과는 일상적인 말을 주고받게 된다. 이렇게 되면 카페는 동네의 정보를 얻거나, 대소사를 서로 파악할 공간으로 변하게 마련이다. 잠시 쉬어가는 곳, 친구를 만나는 곳, 토론을 하는 곳, 글 쓰는 곳이 바로 카페인데, 재미있는 사실은 이런 카페가 주택가의 구석구석에 침투(?)해 있기 때문에 사적이고 일상적인 차원에서 인간들을 엮어주는 구심점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아니 그런데도 파리의 카페가 특별하다고?

물론 파리에는 화려하며 역사가 깊은 카페도 많다. 하지만 정작 묘미는 허름한 카페, 나만의 카페를 집 근처에서 확보하는 것이다. 이는 파리와 파리지앵, 그리고 카페가 서로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수많은 예술가들이 주목한 것도 바로 카페의 일상성이었다. 벤야민이나 헤밍웨이는 카페라는 안과 밖이 구분되지 않는 특수한 공간을 파리의 매력이라 예찬하였으며, 누벨바그 감독들이나 초현실주의 작가들이 결속을 도모한 것도 바로 카페라는 공간에서였다. 10년 전쯤, 압구정동의 카페를 방문했던 프랑스 디자이너는 당시 통역을 맡고 있던 나에게 터키식 탁자 문양에 아메리칸 스타일의 장식과 이탈리아 가구로 점철된 이런 카페는 특징이 없는 곳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깔끔하고, 깨끗하고, 부티가 넘쳐흐르는(물론 몹시 비싼) 카페를 폄하한 것도 알고 보면 우리나라의 카페가 일상과 분리된 특별한 장소라는 사실에서 기인한 듯하다. 특정 계층이 점유하는 특별한 공간, 그럼에도 집 주변에서는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발견할 수 없는 곳이 바로 한국의 카페다. 이에 비해서 파리의 카페는 늘 일상 속에 젖어있다. 파리가 일상에서 승리하는 도시, 일상을 향유할  아름다운 도시로 기억되는 것도 바로 일상적인 카페를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