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난 입술
조각난 입술
  • 성대신문
  • 승인 2006.12.05 00:00
  • 호수 14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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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가작 - 하승진(신방01)

이것은 잃어버린 내 유년의 기록이다
건조하게 말라버린 입술위에
그 흔한 립크림조차 바르지 않았던 시절의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 피부껍질이 일어섰고
저 먼 대륙 같은 시림에 옷을 추슬러야 했던
비가 새던 집의 기록

입술은 금이 간 벽처럼 쩍쩍 갈라지고
바람은 라이플처럼 비릿한 향기를 뿜으며
겨울의 언저리를 서성일 때
얼굴에는 크림 대신 바세린을 발랐다
웃을 거리가 많지 않던 아이들은
짙은 바닐라향을 머금고
기름처럼 번들거리는 얼굴을 보며 웃었다
자지러지듯 허리를 꺾는 아이들을 보며
이유를 모르는 나도 덩달아 웃었다

그 시절의 동화는 아무 것도 말하지 않았다
눈을 뜨면 현실인 곳에서, 나의 입술은 조금 문드러졌다
맨 살갗으로 일어섰던 나의 소름에 새겨 넣은 문신은
치밀한 타일조각처럼 갈라졌다
깨. 끗. 하. 게.
가난이 스며든 자리에 아버지는 시멘트를 발랐다
벽에 귀를 기울인 나는 밤이 흐르는 소리를 듣곤 했다
시멘트 너머로 계절이 수십 개 흘러갔다
갈라진 입술 위로 덜 자란 유년이
버겁게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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