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울리는 목의 울림

기자명 김보미 기자 (bomi1022@skku.edu)

신이 인간에게 선물한 가장 아름다운 악기가 바로 목소리라고 한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목소리의 어울림이 탄생시킨 아카펠라가 가진 매력과 벅찬 감동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비록 현대인들이 비싸고 화려하며 자극적인 것에 먼저 눈을 돌릴지라도, 짧은 아카펠라 한 소절에 감탄사를 내뱉을 수 있는 이유는 그것이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순수한 모습으로 감성에 호소하기 때문이 아닐까. 아카펠라는 이렇듯 오랜 시간동안 당대 사람들의 감수성을 자극해 오며 현재의 한국 대중문화에까지 이르렀다. 이에 그 아름다운 발걸음을 되짚어보며 추억해 보는 기회를 가져볼까 한다.

종교음악으로부터
놀랍게도 아카펠라는 생각보다 오래 전부터 사람들의 갖가지 감정과 시대상을 담으며 우리의 곁에 머물러 왔다. 아카펠라의 기원을 찾으려면 꽤나 오래 전인 16세기 유럽, 교회 및 성당의 의식용 음악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엄격한 중세사회에서는 다른 악기를 통해 신을 경배하는 것은 불경스럽다 여겼기 때문에 당시 아카펠라는 가장 경건하고 엄숙하며 순수하게 신에 대한 찬양을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음악적 방법이었다. 이후 아카펠라는 종교음악의 형식으로 그 명맥을 유지해왔으며 1960년대에 와서야 마침내 대중적인 빛을 보게 된다. 영국의 아카펠라 그룹 킹즈 싱어즈가 등장하면서부터 아카펠라는 비로소 종교 음악에서 벗어나 무반주 음악을 칭하는 용어로 통용되며 점차 전 세계적으로 번져나가기 시작한다.

도약하는 아카펠라
아카펠라가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이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반이다. 당시 the solist가 고안한 코미디와 결합한 형태의 아카펠라 ‘오데로 갔나’가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점차 입지를 넓히기 시작한다. 이후 the solist는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며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클래식과 재즈 등 다양한 장르와 연계를 시도하는 등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치게 된다. the solist가 우리나라 아카펠라의 초석을 다졌다면 ‘사람이 만든 빼어난 소리’라는 뜻을 가진 그룹 인공위성은 아카펠라의 대중화에 힘썼다. 이들은 대중에게 좀 더 쉽게 다가가기 위해 자작곡 보다는 7~80년대 유행했던 노래들을 리메이크한 곡들로 앨범을 구성하는 등의 노력을 했다.

1990년대 중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아카펠라는 마침내 대중화 물결을 타고 국민들에게 퍼져나간다. 이때부터 아카펠라계에서는 동호회의 발달이 비약적으로 진행되고 독자적인 매니아 층까지 형성되기에 이른다. 이때 생긴 국내 최초의 아카펠라 동호회 ‘키싱’은 오늘날까지도 지속적인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이들은 대규모 공연을 하기위해 주기적으로 공연을 하기도 하고 친목을 위한 모임을 가지기도 하는 등 우리나라의 동호회 문화를 선도했다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폭넓은 활동들을 했다. 이러한 동호회들의 활동으로 아카펠라는 이제 사람 몇 명 만 모이면 언제 어디든 화음을 구성해 부를 수 있는 친숙한 노래로 대중 곁에 머무를 수 있게 됐다.

아카펠라 ‘이용’ 그리고 가능성
21세기에 들어오면서 엔터테이먼트 업계에서는 미디어를 활용한 아카펠라의 공격적 마케팅이 시작된다. 문제는 아카펠라가 가진 다른 여타 장르와 확실한 구별이 되는 특징이 신인 가수 데뷔 시 이슈화 효과를 위해 철저히 ‘이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작 앨범에는 아카펠라 곡이 두 곡도 들어있지 않거나 아카펠라 그룹의 기본적인 구조도 갖추지 못한 채 단순히 형식만을 취하고 있는데도 아카펠라 가수라는 타이틀은 거창하게 반짝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우리 학교 이건수 강사는 “아카펠라의 최소한의 형식과 의미조차 사라진 채 상품화 되는 것은 한국 아카펠라 발전에의 퇴보”라며 안타까움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덧붙여, 이 강사는 “하지만 아카펠라는 다른 분야와의 결합을 통해 충분히 다양한 발전 방향을 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미 ‘헤이 걸’, ‘거울공주 평강 이야기’는 뛰어난 연출력을 바탕으로 뮤지컬과의 화합을 이뤄냈으며 쇼와 코미디 그리고 아카펠라를 결합한 ‘쇼콜라’ 역시 CF에 차용될 정도로 뜨거운 반응이다. 더욱이 춘천에서 개최되는 아카펠라 페스티벌도 해를 더해 갈수록 그 규모를 더해가는 추세라 하니 앞으로의 아카펠라계의 전망은 더없이 화창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