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황폐함 속에서 피어난 조각
전쟁의 황폐함 속에서 피어난 조각
  • 김승영 기자
  • 승인 2007.03.24 00:00
  • 호수 14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은 피해자나 가해자 모두를 광적(狂的) 소용돌이 안으로 집어넣었다. 공포스럽고 답답한 전쟁의 현실 속에서 이탈리아의 조각 거장 마리노 마리니는 무엇을 표현하고자 했을까? 제2차 세계대전을 전후로 해 드러나는 인간의 불안과 긴장 그리고 희망을 조각으로 나타낸 마리니의 첫 국내 전시가 덕수궁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마리니의 조각들은 말과 기수 그리고 여자 누드를 뜻하는 포모나를 통해 대전쟁의 암흑과 밝아올 앞날을 표현했다는 데 두드러진 특징을 보인다.     

1930년 대 초반, 그러니까 전쟁 전 까지만 하더라도 온유하고 평화로웠던 말과 기수의 모습은 4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달라지기 시작해 1946년에 창작된 조각 「말」에서는 그 형체마저 짓이겨져 알아볼 수 없을 정도에 이르게 된다. 전쟁의 혼란 속에 상처 입은 인간의 모습은 마리니가 의도적으로 말 몸체에 표현한 긁힌 자국을 통해 가시화 되어 아픔으로 다가온다.

또한 어디로 달려야 할지를 잊은 듯 허공을 향해 멍한 빛을 띠고 있는 말의 눈은 당시 전쟁이 주었던 참혹함을 진실 되게 전달하고 있다. 전쟁이 끝난 후에도 절망과 불안의 심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표현한 1954년 作 「기적」에서는 미쳐 날뛰는 말과 그의 요동치는 움직임에 이끌려 떨어질 듯 한 기수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내적으로 분열하는 그 둘의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전쟁으로 남겨진 비극의 후유증을 앓았던 그 시대 사람들의 괴로움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렇다고 마리니의 조각들이 전쟁의 아픈 상흔 속에서만 살았던 것은 아니다. 마리니는 잔인하고 무자비했던 전쟁의 비극 끝에 찾아올 희망찬 새 날에 대한 기다림을 저버리지 않았다. 포모나는 그 풍만함으로 어머니, 대지, 다산의 이미지를 연상케 해 전쟁의 상흔을 치유할 힘을 발산하고 있다. 포모나 시리즈 중의 단연 수작으로 꼽히는 1941년 作 「포모나」는 풍성한 엉덩이와 가슴, 단단한 골격을 통해 육감적이지만 대지의 여신이 가지는 품위와 격조를 동시에 느끼게 한다.

이렇게 기마상과 포모나라는 테마를 통해 전쟁의 아픔과 새 날의 기적을 조각한 마리니의 작품들은 언뜻 똑같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작품 하나하나가 모두 다른 표정과 형상으로 전쟁에 대한 의미를 전달하고 있음을 느낄 때, 당신의 귀에는 그 청동들의 뜨거운 심장 박동 소리가 들릴 것이다.

△일시: ~ 4월 22일
△장소: 덕수궁 미술관
△입장료: 일반 5000원,
                청소년 3000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인사캠 - (03063) 서울특별시 종로구 성균관로 25-2 성균관대학교 호암관 3층 50325호
  • TEL : 02-760-1240
  • FAX : 02-762-5119
  • 자과캠 - (16419)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서부로 2066 성균관대학교 학생회관 2층 03205호
  • TEL : 031-290-5370
  • FAX : 031-290-5373
  • 상호 : 성대신문
  • 발행인 : 신동렬
  • 편집인 : 배상훈
  • 편집장 : 박기황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0
  • 등록일 : 2017-04-05
  • 발행일 : 2017-05-01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기황
  • 성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9 성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skkuw.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