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녘(공학계열07)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길고 험난했던 수험생 생활을 마치고 끝끝내 도착한 곳, 성균관 대학교. 이곳에서 나는 여느 신입생과 마찬가지로 화려한 캠퍼스 생활을 꿈꾸고 있었다. 텔레비전이 심어준 허상 때문일까, 스스로 만들어낸 환상이었을까? 어느 덧 입학한지 한달이 넘어선 지금, 내가 기대했던 모습과 사뭇 다른 대학에서의 생활에 나는 실망을 감출 수가 없었다.

 빡빡한 수업시간표와, 의지와 상관없이 버려지는 공강시간들은 나의 가슴 한구석이 허전해 지는 이유이다. 아는 선배의 조언을 받았던 학우들이 부러울 뿐이다. 수업을 듣는데 무언가 허전한 기분이 든다. 큰 강의실에 백여명 가량이 모여앉아 있으면 나는 숨이 막히는 듯한 갑갑함을 느낀다. 앞쪽에 앉지 않는 이상 교수님과의 교감은 전혀 느낄수가 없고, 중간보다 뒤 부터는 수업에 집중하기 여간 힘든일이 아니다.

 수업을 모두 마친 뒤에도 자유롭지는 못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쌓여있는 과제는 정말이지 답이 나오질 않는다. 매주 써야되는 실험 레포트, 매주 제출해야하는 물리 과제, 격주로 제출되는 화학 레포트, 장시간 소요되는 창의공학설계 과제 등 이들을 모두 하려면 매일 저녁 집에서 틀어박혀 있어야만 한다. 그럼 예습은 언제하고 복습은 언제 한단 말인가. 난감한 대학수준의 이론들을 따라가기 위해선 놀 시간은 허락되지 않는단 말인가?

 고교생활과 가장 큰 차이점이자 어려움은 교우관계이다. 오티조와 동아리 친구들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친구가 없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 마저도 가끔은 어려움이 있다. 사실 이들은 내가 재수를 하여서 한살 어린 동생이다. 수업도 같이 듣고, 밥도 같이 먹으며, 과제도 같이 하고, 술도 마시며 지내면 여느 동갑내기 친구들과 별 다른점 없이 친하게 지낸다. 하지만 다시 들려오는 존댓말은 뭔가 나의 가슴을 꿍하게 한다. 거리감, 보이지 않는 벽 같은 것이라고 할까. 나는 이것이 정말 싫은데 걔네들은 이해하지 못하는가보다. 사실 일년차이는 아무것도 아닌데, 존댓말을 쓰는것은 너무 한것 같다. 1년 더산게 그리도 잘한 일이란 말인가. 이 골치아픈 존댓말 때문에 동기들과의 관계에서 난 어려움을 느낀다.

 하지만 아직 괜찮다. 젊으니깐 시간도 충분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헤쳐나갈 것 이다. 훗날 힘들었던 기억들을 되돌아보며 미소 지을 날이 올 것이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