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동아일보 신춘문예 영화평론 부문 심사위원 영화평론가 김영진

기자명 김승영 기자 (xiahandme@skku.edu)

평론은 대개 '보기'의 영역으로 우리에게 취급돼왔다.
좋은 평론 골라 보기, 평론 잘 이해하기 등은
우리에게 정말 중요하고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꼭 수용자만 돼야 하는 것일까?
수많은 신인들의 평론을 심사한 영화평론가 김영진에게 듣는
영화평론 창작을 통해 당신이 미처 넘보지 못했던
'쓰기'의 영역, 도전해 보자.

■ 전직 기자 출신으로 이미 대중문화(영화)에 정통한 인물들이 유명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을 보면 평론가는 ‘연륜과 노련함’, ‘젊은이들에겐 오르지 못할 나무’처럼 느껴진다. 더 나아가 이것은 ‘신인 평론가’의 존재 자체를 어렵게 한다고 하는데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내가 평론을 시작한 것은 1992년 대학원 석사과정에 재학할 무렵이었다. 당시 난 신인평론가였고 당연히 지면을 구하기 힘든 처지에 있었다. 대학 강사생활을 하다 한겨레 신문에 입사해 씨네 21 기자로 일한 것은 1995년, 나이 서른 살이었다. 그때 일주일에 서너 차례 밤을 새는 열정으로 일했다. 젊은이에게 오르지 못할 나무는 없다. 시간이 걸릴 뿐이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시간이 지나고 과거에 쓴 글을 봤을 때 부끄러운 건 어쩔 수 없다. 시는 천재가 필요하고 산문은 연륜이 필요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어느 프로 평론가나 젊은 시절이 있었고 지면을 많이 얻지 못한 가난한 평론가의 고통이 있었으리라는 걸 간과하고 있는 건 아닐까.

■ 동아일보 신춘문예 영화평론 부문에 2년 연속 심사위원을 맡은 것으로 알고 있다. 평론 쓰기의 대상이 되는 영화나 화술의 폭이 좁아지고 있다고 심사평에서 밝힌 바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응모자들도 트렌드를 따른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으리라고 여겨지는 영화들을 평론대상으로 고르는 것이다. 그렇다고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이미 기성평론에서 분석됐던 쟁점들에 첨언하는 것뿐인데 마치 자신이 처음 제기하는 것처럼 착각하고 글을 쓰는 이들도 있다. 개인적으로 현재의 비평 트렌드를 따라가기 보다는 자기만의 시각으로 특정 영화를 발견하려는 노력이 더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 신춘문예에 출품되는 아마추어 평론가들 평론의 한계적 특징이 있다면 무엇인가

일단, 글을 어렵게 쓰는 경향이 있다. 대학원 발제 수준의 글들이 너무 많다. 대개는 논문이 아니라 저널리즘을 통해 소통되는 글쓰기에 대한 감각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듯 하다. 따라서 참신한 비평 에세이 형태의 글을 찾아보기 힘든데 너무 어렵고 전문적이거나 너무 감상적인 인상비평으로 양분돼 있는 게 문제인 것이다. 실제로 전문적인 글들은 기존 학문에서의 개념들을 떨어내고 나면 자기만의 통찰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자기 통찰을 갖고 분명하고 간결한 문체로 독자와 소통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 ‘잘못 쓴 평론’이라고 단정될 수 있는 평론이 있을까. 있다면 어떤 평론이 그런 평가를 받을 수 있나.

해당 영화에 밀착하지 않고 자신의 도그마를 강요하는 영화 평론이 그것이다. 주로 이데올로기 비평을 하는 이들에게서 이런 걸 자주 볼 수 있다. 어떤 관점을 취하건 영화 창작자의 의식적, 무의식적 상상력을 헤아려 읽어내는 시각에서 풍부한 해석력을 갖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덧붙여 좋은 평론들은 근본적으로 평론대상에 아주 성실하게 접근하고 오래 묵힌 공감과 열정의 산물로 쓴 글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 이 밖에 ‘평론 쓰기’와 관련해 대학생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기 바란다.

무엇보다 많은 영화를 보실 것. 영화평론은 영화에 대한 지식과 애정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두 가지 중 하나라도 부족하다면 좋은 글쓰기가 힘들어 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