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형래

기자명 김용민 기자 (claise@skku.edu)

그가 보여준 슬랩스틱의 유형은 꽤 정형화 되어 있다. 혀 짧은 말투, 웃지도 않는 무표정한 얼굴, 일정한 패턴에 맞춰 휘두르는 막대기, 그리고 의도한 대로 나가지 않고 엉뚱한 곳으로 튀는 북채 등 비록 때 마다 모습은 다르지만 정해진 순서에 의해 흘러간다는 느낌을 받기 쉽다. 그러나 심형래는 여기에 한 가지 양념을 추가 했다. 바로 주변인물의 참여도를 높인 것이다. 미스터 빈의 경우에는 주변 인물들과 절대 무관한 듯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가지만 심형래는 모욕과 놀림을 받을지언정 주변 인물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택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웃음의 수단으로 이끌어내는 심형래의 코미디가 완성되기 때문이다. 이런 코미디 성향을 가장 잘 드러낸 것이 그가 감독과 주연을 동시에 맡았던 영화 <영구와 땡칠이>의 오프닝 부분이다. 사회자가 영구를 부르면 영구가 문을 열며 “영구 없다~”하고 반응하는 부분은 영구의 코믹적 요소가 주변 인물과의 쌍방향 소통을 통해 비로소 완성된다는 것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비록 피학적이라는 비판도 받지만 현재 트렌드로 자리 잡은 공개 방송형 코미디의 저변을 다진 것만으로도 그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