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혜인 편집장 (kirufif@skku.edu)

남북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입 밖에 낸 말 한마디 한마디와 작은 행동들까지 기사화 되고 있다. 2000년에는 김정일 위원장이 두 손을 맞잡았지만 이번 만남에서는 한 손 악수만 했다는 기사에서는 기자의 관찰력에 경외심마저 들 정도다. 그 만큼 남북 정상회담이란 대한민국에 큰 사안이 아닐 수 없다는 뜻일게다. 심지어는 지난 2일 밤 있었던 오후 만찬에서 노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과 김영남 상임위원장의 건강을 위하여”라는 위하여 멘트를 날렸다는 기사까지 실렸다. 네티즌들의 반응은 더 가관이다. 한 네티즌이 남긴 “이건 국가보안법 위반 아닌가?”라는 댓글은 필자를 경악케 했다. 말 한마디 잘못하면 쥐도 새도 모르게 잡혀갔다는 오공(제5공화국)시절도 아니고…. 하기야 오공 때는 이런 기사가 나올 수도 없었겠지만 말이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은 두 번째인 만큼 지난 2000년의 말 그대로 ‘역사적’이었던 회담보다 발전적인 이야기가 오고 갈 것으로 기대됐고 제17대 대통령 선거가 임박한 상황이기 때문에 더욱 관심이 높았다. 한국리서치 조사 결과 약 70% 가까운 국민들이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알고 있고 합의 내용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실제로 각 언론사에서 연일 보도하고 있는 정상회담 관련 기사들만 봐도 그것이 단순히 정치적 사안이 아닌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음을 알 수 있으며 그 중에는 위와 같이 구설수에 오르는 것들도 다수 눈에 띈다. 물론 60년이 넘도록 분단돼 있던 단일민족 국가기 때문에 그러한 것들에도 관심이 갈 수 밖에 없는 것이 당연하다. 2000년 정상회담 때도 그러했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은 결정됐을 시부터 ‘곧 다가올 대선을 노린 정치 쇼’로 비춰지곤 했으며 한 대선 후보는 정상회담에 대해 맹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세대가 바뀔수록 북한 혹은 통일에 대한 생각이 변해 간다는 것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이야기다. 또한 자신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는 것도 당연지사다. 그러나 통일은 정치적 쇼가 아니라 ‘민족적 염원’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겨우 두 번째 발걸음이었고 앞으로도 이산가족 상봉이나 남북 경협 등 여러 통로로 우린 가까워 져야 한다. 처음 있는 일도 아니고, 앞으로 한두 번 있을 일이 아니어야 함에도 아직 우리는 통일로 갈 준비가 돼 있지 않은 것 같다. 이를 보도하는 언론들은 물론이거니와 그 기사의 댓글들은 아직도 60여 년의 간극이 좁혀질 줄 모르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벌써부터 일부 정치권에서는 정상회담 ‘훈풍’에 대한 대응책을 준비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발전된 방향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는 한 마디를 듣기가 어렵다. 언론들도, 국민들도 이제 남북 정상회담에 익숙해 져야 하고 그것을 바라보는 보다 성숙한 자세가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