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우리는 핵가족시대에, 인구밀도 높은 나라에 살면서도, 집도 너무 큰 집, 자동차도 너무 큰 차를 꽤나 좋아하는 편이다. 큰 것을 몹시 좋아하는 마음은 우리 언어에도 잘 나타나는 것 같다. 가령 영어사용국에서는 아무리 큰 다리(橋)도 그냥 ‘다리’(Bridge)라 하건만, 우리는 이를테면 ‘성산대교, 원효대교, 한강대교…’처럼 웬만한 강다리를 모두 ‘대교’(大橋)라 한다.
서양선교사들이 서울에 와서 학교 세우고 이름짓는 것을 보면, 서양에서 하는 방식으로(즉 ‘Oxford, Cambridge…’처럼) 작은 동네 이름을 채택하는 수가 많다. 예컨대 ‘연희’(延禧)동에 ‘연희전문학교’(나중에 ‘연희大’, 그리고 ‘세브란스’와 합쳐 ‘연세大’), 마포 서강(西江) 근처에 ‘서강大’가 그렇게 해서 생겨난 것이다. 한편, 우리들이 지은 이름에는 ‘고려대, 조선대, 단국대, 동국대…’부터 ‘아주(亞洲, Asia)大’까지 있다.
비행장 이름을 보자. 런던 언저리에 큰 국제공항이 셋 있는데(즉 Heathrow, Gatwick, Stansted), 우리 같으면 몹시 탐냄직한 거대한 이름 ‘런던공항’을 모두 사양한다. 그런데  몇 년 전, 당시 옹진군 영종도(永宗島)에 우리가 공항을 만들어놓고, 그 이름을 ‘世宗’공항으로 하자는 여론 목소리가 한동안 높더니 그것은 곧 눌려버리고, 또 그 버릇, 헤벌려 크게 잡는 버릇에 따라 결국 ‘인천’공항이라 했다.
요즈음 우리 항구, 철도역 이름짓는 것을 보면 더욱 가관이다. 이번에는 허장성세에다 지역 이기주의 다툼까지 보태져서 너무 길고, 우습게 된 것들이 새록새록 나온다. 가령 당진(‘당나라 가는 나루’라는 뜻인 唐津)을  항구이름으로 쓰면 적당하고 충분할 것을 글쎄 ‘평택·당진’항이라니 우습기 짝이 없고, 게다가 아산(牙山) 행정구역 안에 있는 기차역을  ‘천안·아산’역이라는 것은 또 무엇인가?
항구나 역 이름은 전 국민이 기억하기 좋고 발음하기 좋아야 한다. 그것을 위해 정부에 총리직속 ‘지명 위원회’라도 두면 어떨까? 그 위원회는 관청 사람들보다 사학자, 어학자, 문필가 같은 언어와 사회상식이 풍부한 사람들로 구성해서, 우리와 후손들이 대대로 편히 쓰도록 좀더 부르기 좋고, 뜻깊고, 조촐하고, 운치 있는 지리적 이름을 공들여 지어 놓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