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용민 기자 (claise@skku.edu)

여러분은 악(惡)이 어떻게 생겨난다고 생각하시나요? ‘원래부터 인간은 악하다’는 말도 있지만 우리 주변에서는 무엇보다 ‘환경이 만드는 악함’을 훨씬 더 많이 보게 되지 않나 싶습니다.

허영만 원작의 만화 『타짜 - 벨제붑의 노래』에 나오는 박태영(이하:박태)도 그런 종류의 악인입니다. 박태는 언제나 자신보다 덜 노력하지만 똑똑한 머리와 운으로 더 많은 행복을 누리는 장태영(이하:장태)을 보면서 속으로 시기심을 키우죠. 그 이후에도 자신과 공동 사업을 하며 남다른 경영감각을 발휘하는 장태에게 박태는 질투어린 증오를 품게 됩니다. 결국 그는 한 순간에 그 분노를 뿜어내고 마는데요, 자신의 애인이자 장태의 누나인 장태희를 죽이고 만 것입니다. 하지만 박태는 “너희들을 만나고 나는 타락하기 시작했다”며 자신의 범죄를 정당화 시키죠. 그 뒤, 시체를 묻으러 가는 도중 박태는 “Mama, just killed a man”이라며 한 노래를 흥얼거리는데 바로 이 노래가 영국의 락밴드 Queen이 남긴 불후의 명곡, ‘보헤미안 랩소디’입니다.

하층민인 한 소년이 사람을 죽였다는 끔찍한 가사를 담고 있는 이 노래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소년이 자신의 죄를 주변의 탓으로 돌린다는 것입니다. ‘난 그저 불쌍한 아이일 뿐이야. 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아’라는 가사에도 이 사실은 잘 드러나 있죠. 

이 곡을 만든 프레디 머큐리도 안정된 사회에 속하지 못하고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닌 보헤미안이었다고 합니다. 인도인인 그는 64년 영국에서 인도인 반대시위가 일어나자 여러 곳을 떠돌며 젊은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떠돌이 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레 보헤미안에 대한 연민을 느끼게 됐고 그 감정이 ‘보헤미안 랩소디’라는 명곡 속 소년을 낳게 된 것이죠.

분명 박태와 노래 속 소년의 사회적 위치는 판이합니다. 하지만 인간이기 때문에 갖게 되는 상대적 박탈감은 계층에 상관없이 두 사람 모두를 다시는 빠져나오지 못할 악의 나락으로 떨어뜨렸습니다. 끊임없이 사람과 맞닥뜨리며 살아가는 사회 속에서 인간은 언제나 박탈감과 소외감의 위험에 둘러싸여 있다는 사실, 그 사실이 ‘보헤미안 랩소디’의 경쾌한 멜로디를 우울하게 만드는 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