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 철부지 도쿄 청년들의 성장 이야기
60년대 철부지 도쿄 청년들의 성장 이야기
  • 김승영 기자
  • 승인 2007.11.19 00:00
  • 호수 14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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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꿈이든 꿀 수 있다는 것, 바로 신이 청년에게 부여한 특권이다.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새록새록 싹트는 10대의 꿈은 중·고교 시절을 거치며 더 구체화되고 광활해진다. 그러나 20대가 되면서 청년이 가지는 꿈은 황량하고 차가운 세계 속에서 현실의 무게와 마주하게 된다. 가볍든 무겁든 청년의 꿈이 현실의 무게감을 느끼게 되는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영화 <황색눈물>에 등장하는 1963년 도쿄의 네 청년들도 현실의 무게감을 느끼기 시작한 20대다. 더군다나 급속한 경제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냉정하고 살벌한 도쿄에서, 그들은 예술가를 꿈꾸고 있다. 만화가 에스케, 소설가 류조, 가수 쇼이치, 화가 케이가 바로 그들. 이들은 모두 아마추어 내지는 지망생이라는 타이틀을 붙이고 다니는 풋풋한 청년 아티스트들이다.
3평 남짓한 에스케의 보금자리에서 아등바등 생활하는 네 젊은 아티스트들의 모습은 웃기다. 일주일 동안 안 씻는 것은 일상이 돼 버리고 급기야 식비 마련을 위해 선풍기며 옷가지들을 전당포에 맡긴다. 그래도 이 구질구질한 모습들을 미워하지 못하고 결국 웃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간이 지나면서 네 젊은이들이 전당포에 슬며시 내놓기 시작하는 만년필, 기타, 그림 등은 그 따뜻했던 웃음에 씁쓸한 맛까지 더한다.

성장영화라면 으레 나오는 귀공녀 스타일의 여주인공도 네 청년의 재능을 뒤늦게 발견해주는 예술계의 거목도 “그 후 그들은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는 완벽한 해피엔딩도 <황색눈물>엔 없다. 감독은 그저 예술가를 꿈꾸는 20대들의 성장을 조용히 그리고 묵묵하게 필름에 담아내고 있을 뿐이다. 인위적인 각색과 기계적인 연출에 때 타지 않은 네 청년들은 그 프레임 안에서 홀로 그리고 또 같이 성장해 나간다.

사실 그 네 청년들의 생활상이 마냥 귀엽게만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전당포 담보로 받았던 생활비가 다 떨어지자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물음에 “예술가가 예술 이외에 돈을 버는 건 타락이야!”라고 입을 모으는 부분에선 ‘아이고 이 화상들아’라는 말이 입 주변을 맴돈다. 그 뿐인가. 자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에스케의 물음에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만큼 하는 것’이라고 대답하는 청년들의 모습도 철없어 보인다. 하지만 20대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그런 철없음에 ‘쯧쯧’ 혀를 찰 2007년의 청년들을 생각하노라면 50년의 세월 속에서 청년시대의 꿈은 너무 현실적으로 변해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아릿한 슬픔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렇듯 철없지만 풋풋하고 뜨거운 네 청년을 닮은 여름의 끝자락에서 그들은 카카오 72% 초콜릿만큼 씁쓸하지만 끝 맛은 달콤한 하나의 진리를 마음 속 깊이 녹이게 된다. 그 황금같은 한 마디의 진리가 무엇인지 또 누가 마지막까지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열중해 있을 지 확인하는 것은 당신의 몫. 그리고 당신이 지금 힘겨워 하고 있는 꿈을 더 억세게 잡을지 슬쩍 내려놓을 지도 영화를 보고난 후 결정할 당신의 몫이다.

△기간:오는 26일~내달 12일
△장소:롯데시네마 삼색영화제 靑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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