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상(프문06)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knews.com)

네 학기의 대학생활 중 놀란 것은 실속 없는 강의들이 꽤 많다는 사실이다. 대학에서는 내가 원하는 분야를 훌륭한 교수님들 밑에서 배우며 학문에 대한 열정을 불태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것은 고등학생 시절에 품은 환상일 뿐이었다.

문학관련 강좌이지만 교수님이 책의 한 문장을 읽고 해석하는 것을 한 학기 내내 듣기만 한 적도 있었고. 학생들이 발표를 하기 위해 준비한 ppt자료를 교수님이 한 번 더 읽어주고 끝이 난 강의, ‘소설’이라는 이름이 붙었음에도 한 학기동안 강의계획서에 ‘주교재’로 표기된 소설은 한 자도 읽지 못한 강의도 있었다.
물론 우리 학교의 모든 강의를 들어 본 것이 아니므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매우 조심스럽긴 하다. 하지만, 학생의 지적 욕구를 채워줄 수 없는 강의가 하나라도 존재한다면 그를 개선해야 하는 것은 대학의 당연한 의무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우들이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 강의평가제에 참여하는 것이지만 이조차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 첫째로 강의평가 문항이 형식적이다. 게다가, 강의평가가 성적확인을 위해 해야하는 귀찮은 절차처럼 인식돼 무성의하게 답변하기 쉽다. 또한, 불만 사항을 적어낸다고 하더라도 의견이 어떠한 방식으로 수렴되고 강의가 어떻게 개선되는지 알 수 없다.

예전에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외국 명문대학을 취재했는데, 어떤 대학은 학생들이 강의평가 자료를 열람할 수 있게 해 수강신청을 도왔다. 강의평가제를 학기 중에 교수와 학생들이 대면하여, 강의의 문제점을 논하는 대학도 있었다. 또 어떤 대학은 존경을 받는 노교수가 강의를 참관하며, 날카로운 질문을 하는 등 수업의 질을 높이려 노력하고 있었다.

이러한 외국 사례들을 반드시 따라갈 필요는 없지만 참고해 볼 가치는 분명히 있다. 우리만의 강의 평가제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 전에 가장 중요한 것은 학우들이 강의평가를 귀찮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의지를 갖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