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한국이주민건강협회 이애란 사무국장

기자명 김지현 기자 (kjhjhj1255@skku.edu)

지금껏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은 얼마나 그들을 효율적으로 ‘고용’하느냐는 거시적 틀에서만 논의돼 왔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 측면에서는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고 그 과정에서 사람답게 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건강권이 우선적으로 보장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미 40여만명을 넘어선 이 땅의 이주노동자들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민간단체, 한국이주민건강협회의 이애란 사무국장을 만나 활동이야기와 더불어 건강권이 지켜지고 있는 실태에 대해 들어봤다.

■ 이주노동자들의 의료 사각지대에 뛰어든 계기는
이주노동자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 20년이 되가는데도 이들의 인권은 ‘고용’이란 큰 틀에서만 다뤄지고 있다. 고용허가제가 시행되면서 사정이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건강권은 부차적인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전체 이주노동자 수의 절반을 넘는 미등록 노동자들은 생존위협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다. 그러나 이들이 ‘건강권’에 있어서만큼은 제도권 안에서 차별 없이 보장받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99년 의료전문 협회를 열게 됐다.

■ 협회의 구체적인 운영방식에 대해 설명해 달라
‘네트워크’. 협회운영의 핵심키워드이다. 중앙사무처와 43개의 지역지부상담소, 8백여 개의 협력병원, 그리고 이주노동자를 묶어내는 네트워크를 통해 소외되는 이들이 없도록 노력하고 있다. 덕분에 아픈 이주노동자를 대하는 국내병원들의 수동적 태도도 호의적으로 변했고. 또한 회원제를 바탕으로 한 의료공제 방식을 통해 본인이 낸 회비로 동료들을 돕고 자신의 병원비도 일부 부담하는 상부상조를 유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회원이 아닌 사람, 회원비를 내지 못하는 사람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외부지원금으로 ‘응급의료비’를 지원하며 예방진료 및 건강교육을 실시, 네팔병원 건립 같은 해외사업도 벌이고 있다.

■ 이주노동자 자녀들의 건강권이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어떤 대책이 마련돼 있나
1세대 이주노동자들은 돈을 벌고자 하는 본인 의지와 선택권을 가지고 있었으나 그들의 자녀들은 영문도 모른 채 낯선 이국땅에서 태어난다. 부모의 신분 때문에 조기에 치료가 가능한 질병도 방치되는 경우가 많아 최근 들어 예방접종이나 정기회진 같은 이주아동건강검진에 힘쓰고 있다. 정부가 가진 거시적인 틀로는 절대 불가능한 이주노동자 자녀들과의 1:1교감이 이뤄질 때마다 가슴이 벅차오르곤 한다.

■ 지난 14일 보건복지부가 현행 무료진료지원금의 환자 자부담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
자부담 전환의 이유로 지원금 악용사례를 들고 있지만 이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시스템 상으로 충분히 보완할 수 있는 문제이다. 그럼에도 전체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본인이 의료비를 부담하게 하는 것은 빈대 잡으려고 초가집 태우는 격이라고 할 수 있다. 충분한 예산으로 훨씬 더 효율적인 대책을 세울 수 있는데 ‘신분’에만 얽매여 있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 향후 이주노동자의 건강권은 어떻게 지켜져야 한다고 보는가
사람이 건강하게 살 권리는 신분을 넘어 인간으로서 당연히 가져야할 생존권이다. 온갖 궂은 일은 다 떠넘기면서 미등록자라는 이유만으로 의료보험에 대한 접근을 아예 차단해버리는 행태, 얼마나 이기적인가. 사후 보상금의 발상을 뒤집어 이주노동자들의 참여를 기반으로 한 사전적 예방에 힘을 실어야 할 것이다. 또한 신체적 상해뿐만 아니라 사회부적응,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우울증 같은 정신적 건강권까지 담보돼야 한다고 보며 이를 위해 우리 협회 역시 올해부터 정신건강을 위한 구체적 사업을 운영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