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지난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 제정 10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3·8 세계 여성의 날은 1908년 미국의 여성의류 노동자 1만 5천여 명이 임금인상, 근로시간 단축, 선거권 보장 등을 위해 투쟁한 것을 기리며 시작되었으나,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지금도 이 땅의 많은 여성들이 여전한 사회적 차별과 부당한 처우를 경험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물론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생존권조차 보장받지 못했던 시절에 비하면 분명 여성의 권익은 신장되었고, 굳이 21세기를 3F, 즉 Female, Feeling, Fiction의 시대라고 예견했다는 어느 미래학자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여성의 삶의 질이 나아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속담이 있는 우리나라, 남존여비·남아선호사상이 뿌리 깊게 박혀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호주제 폐지, 정치·고용 여성할당제 시행,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 의무화,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방지법 등이 제정되고, 또 금녀(禁女)의 영역으로 생각되어 왔던 다양한 전문영역에 여성의 진출이 활발해져 각종 언론에 ‘여풍(女風)이 불고 있다’는 제하의 기사들이 자주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과거에 비하면 확실히 이 땅에서 여성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것이 훨씬 수월해지기는 했나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여성이 행복한 세상을 꿈꾸며 투쟁해 온 세계 여성의 날 100년을 축하하기 위해 ‘3·8여성축제’가 시민축제로 열렸으나, 같은 날 서울시청 앞에서 공연된 광주시청 청소용역 여성들을 소재로 한 마당극은 이 땅의 힘없는 여성들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풍자해 냈다. 비정규직 여성들의 비참한 현실을 보여주었던 이 마당극은 웃음과 눈물, 한숨을 자아내며, 여성의 권익이 놀라울 정도로 높아졌다고 외치는 이 시대의 모순과 딜레마를 단적으로 드러냈다.

IMF를 겪을 때 능력보다는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구조조정 대상이 되기도 하였고, 특히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여성 비정규노동자들은 빈곤과 저임금, 불안정 노동에 시달리며 심신이 지치고 피곤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KTX 여승무원 파업이나 이랜드 뉴코아 여성 비정규직 차별과 부당해고 등으로 ‘비정규직 여성’에 대한 관심이 이슈화되기도 하였으나 이러한 문제에 대한 사회적 반응은 여전히 냉랭하기만 하다. 우리의 어머니, 딸들의 문제임에도.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여성부가 간신히 살아남았다. 어쩌면 양성평등을 주장하며 탄생했던 여성부는 여성이 사회의 온전한 인격체로 존중받을 때 그 주요기능이 상실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아직은 이 땅에서 여성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일이 너무도 힘겹고 조심스럽기에, 정부 차원에서의 보다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정책과 제도적·조직적 지원, 사회적 관심이 폭넓게 요청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