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면 이날 시청 광장을 가득 메운 7천여 대학생들은 흥겨웠다. 아직 앳된 얼굴의 그들은 연단에서, 그리고 잔디 광장 위에서 거침없이 등록금 해결 촉구를 부르짖었다. 학교 이름이 적힌 수백 개의 깃발들이 쌀쌀함이 채 가시지 않은 봄바람에 실려 허공 높이 넘실댔다. 잔디광장은 학생들이 하나 되어 외치는 소리로 들썩였다. 그날 잔디광장에 ‘무기력한 88만원 세대’는 단 한명도 없었다. 기자는 그 곳에서 이 나라의 젊은 지성인들을 보았고 새로운 희망을 보았다. “시장에 넘어간 논리, 대학은 죽었다!”, “우리를 값비싼 골칫거리로 만들지 말라!” 학생들의 손에 들린 형형색색의 피켓을 보고 지나가던 시민들도 함께 잔디광장에 앉아 그들의 목소리에 동조했다. 신명났다. 꽹과리 소리가 울리고 학생들은 팔을 높이 흔들었으며, 전국에서 올라온 학생대표들은 연단에서 열띤 목소리로 등록금 해결을 외쳤다. 광화문과 시청 등지를 꽉 메운 전?의경들만 무색하게 서있었다.
이제 봄내음이 난다. 이 봄이 지나면 등록금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사그라질지도 모른다. 학생들의 피켓에 들려있던 것처럼 이대로라면 대학의 숨은 죽어간다. 이 나라의 지성인이 될 대학생들은 값비싼 골칫거리로 전락하고 만다. 하지만 어제 그 자리에 있었던 기자는 확신한다. 기자가 본 학생들의 힘이 결코 여기에서 멈추지 않으리란 것을, 그리고 그 힘이 모일 때 이 시대를 사는 대학생들의 등록금 걱정도 끝날 날이 오리라는 것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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