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용민 기자 (claise@skku.edu)

이라크, 팔레스타인과 함께 중동 3대 분쟁지역으로 꼽히는 아프가니스탄. 1천m가 넘는 고원지대에 위치한 덕에 천혜의 자연경관을 보유한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에게는 2번의 외세 침공에 피폐해진 나라로만 잘 알려져 있다. 대중들은 대부분 언론에 담긴 전쟁의 상흔으로 아프간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화문 신문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정은진 사진전-카불의 사진사>는 이런 편향된 이미지의 아프간에 인간의 숨결을 불어넣었다. 우리가 아프간을 지켜보며 “어떻게 저런 곳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질 때 그녀는 사진을 통해 당당히 “아프간도 사람 사는 곳이다”라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사진 속 아프간인들의 표정에서는 우리네의 것과 같은 희노애락이 느껴진다. 그렇게 그녀의 카메라는 카불 외곽에서 만난 모녀의 웃음에서 소박한 행복을 찾았고 디지털 사진기에 밀린 재래식 나무통 사진사의 모습에서 삶의 고단함을 포착했다.

△ 아프간 산모 사망률 : 카미르 스토리

그러나 이 사진전은 단순히 아프간의 어려운 현실을 인간미라는 모습 아래 덮어두려 하지 않는다. 사진전의 대표작인 ‘아프간 산모 사망률:카미르 스토리’가 바로 그 의도를 잘 드러내고 있는 작품 중에 하나. 이 사진은 시신을 둘러싼 친척들의 슬퍼하는 모습과 산모의 시신을 동시에 담으며 산모 사망률 2위라는 아프간의 어려운 현실을 애써 부정하지 않는다. 마크로라욘이라는 지역에서 뛰노는 어린이의 사진에서도 낡은 건물과 아이의 생동감 있는 모습을 동시에 담아 현실과 감성, 그 어느 한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자 했다. 인간미 때문에 오히려 작위적이 될 수 있는 사진을 아프간의 어려운 현실과 결합시켜 더욱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단편적인 사진에 그치지 않고 여러 장의 사진을 묶어 하나의 이야기를 구성하는 ‘포토 스토리’ 형식을 취해 아프간이라는 하나의 사회를 관통할 수 있도록 엮었다. 작가는 그렇게 이어나간 한 조각 한 조각, 사람들의 일상적인 감정을 찾아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아프간 그대로의 모습을 완성시킨다. 

‘아프간 사람들이 사는 땅’이라는 뜻을 가진 아프가니스탄. <정은진 사진전-카불의 사진사>는 그 동안 우리가 ‘분쟁지역 아프가니스탄’에 가려져 있는 ‘아프간의 사람 사는 모습’을 놓치지는 않았는지 묻고 있다. 그리고 단 하나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아프간 역시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삶에 대한 애착이 살아 있는 곳이라는 것을.

△기간:~4월 30일
△장소:광화문 동아 미디어센터 4층 신문 박물관
△입장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