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중국의 편협한 애국주의가 세계 도처에서 다원주의와 충돌하고 있다. 여러 나라에서 티벳의 독립을 지지하면서 베이징 올림픽 성화 봉송을 방해하려는 시위가 있었고, 이에 대해 중국 정부와 중국인들은 매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국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아니 한국에서는 오성홍기를 앞세운 수많은 중국 유학생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의사를 정당하게 표현하는 한국인과 외국인을 향해 제 나라에서도 안할 폭력적인 언행을 저지르고 말았다.

티벳에서의 인권 탄압, 중국을 휩쓸고 있는 애국주의의 광풍, 다시 고개를 쳐들고 있는 중화주의의 오만함 등 베이징 올림픽을 전후해 중국이 보여주고 있는 여러 양태는 우리에게 커다란 우려를 안겨주고 있다. 냉철하게 생각하면 한국을 비롯한 여타 국가에서도 특정한 사건을 계기로 민족주의가 열풍처럼 일어나는 일은 가끔씩 있다. 따라서 베이징 올림픽을 앞둔 지금 중국이 보여주는 모습을 마치 처음 보는 괴물을 대하듯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서 진정으로 우리를 걱정스럽게 만들고 있는 것은 이런 애국주의 광풍에 대해 우려하는 건전한 비판의 목소리를 중국 내에서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국, 일본 등 다른 나라에서도 민족주의 내지는 애국주의의 물결이 때때로 일어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것을 비판하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같이 생겨나 사회적으로 균형을 맞추고 건강성을 회복하곤 했다. 하지만 지금 중국에서는 이런 균형 잡기의 움직임을 찾아보기 어렵다. 쑨원광 산동대 교수 등 9명의 학자들이 중국인들의 국수주의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이 고작이었다. 중국은 자정(自淨)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고, 전 세계는 바로 이 점을 걱정하고 있다.

이런 자정 능력은 중국이 정치적 다원주의를 이해하고 수용할 때 생겨난다. 정치적 견해가 다른 사람들이 공존하면서 담론(discourse)을 통해 소통하고 정상적인 정치과정을 통해 경쟁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사회가 어느 한쪽으로 지나치게 쏠리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런 다원주의 문화는 중국이 정치적으로 민주화되어야 정착될 수 있다. 현재처럼 경제는 시장원리를 도입했지만 정치는 공산당이 혼자서 틀어쥐고 있는 기형적인 구조로는 중국 사회에 다원주의가 뿌리내리기 어렵다. 정치와 경제 사이의 비대칭성을 극복해야 중국은 사회적 건강성을 회복할 수 있고, 진정한 문명국가의 대열에 들어갈 수 있다.

지금이라도 중국은 자신들의 자랑인 베이징 올림픽이 어떻게 해야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도 자랑이 될 수 있을 지 생각해야 한다. 그것은 중국이 경제적으로 발전된 모습을 세계만방에 보여주는 게 아니다. 그보다는 중국도 다원주의적 문화를 공유하고 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