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류지향』, 우치다 타츠루

기자명 진가연 기자 (iebbi@skku.edu)

『하류지향』우치다 타츠루
최근 일본에서 ‘하류사회’라는 말이 하나의 키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일반적으로 ‘하류’라는 단어는 사회적 신분이나 물질적 생활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계층을 뜻한다. 그러나 『하류지향』에서 말하는 하류는 단순히 경제적으로 낮은 계층이 아닌 심적으로 일할 의욕 없는 20~30대의 젊은이들을 뜻한다. △일하지 않는 니트족(NEET) △프리랜서 △아르바이트로만 생계를 유지하는 프리타족이 이에 속한다. 작가는 『하류지향』을 통해 이런 현상의 근본 원인을 파헤치고 하류에 만연된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있다.

1학년 교실에서 히라가나를 막 가르치려는데 누군가 손을 번쩍 든다. “선생님, 이걸 배우면 뭐가 좋아요?” 아이들이 그렇게 질문을 한다.

저자는 일본 사회에 만연한 하류지향의 원인을 초등학교 수업시간에서 출발해 시장원리로 확장시켜 나간다. 여기서 작가는 중요한 개념으로 ‘등가 교환’을 제시한다. 즉 아이들은 수업 시간을 ‘화폐’로 인식하고, 교사에게 ‘인내’라는 화폐를 지불한 대가로 어떤 재화와 서비스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써 아이들은 자신이 공부해야 하는 당연한 권리를 거부하고 있다. 이런 성향은 아이들이 이미 취학 이전부터 소비주체로서 자신을 확립해버렸기 때문이라고 작가는 주장한다. 실제로 요즘 아이들은 처음 물건을 살 때, 무의식적으로 ‘돈은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다’라는 생각을 한다. 아무리 아이일지라도 돈만 내면 나이나 식견, 사회적 능력과 상관없이 그에 상응한 상품이나 서비스로 교환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비주체로 출발한 아이들은 자기 앞에 놓인 사물을 항상 ‘상품’으로 바라보고 ‘흥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어린 시절을 보낸 20대 젊은이들은 자신의 미래까지도 이런 원리를 적용시킨다. 악착같이 공부해봤자 장래는 별 차이 없다고 느껴 공부와 노동을 거부하고 스스로 하류지향에 속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작가는 교육을 현상 극복의 힘으로 보고 있다. 교육의 목표가 다양한 경험을 쌓고 자질을 향상시키는 능력을 습득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또한 젊은이들에게 임금에 얽매이지 않는 올바른 가치관과 노동윤리를 정립하는 것을 ‘현명한 삶을 사는’ 지름길로써 충고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88만원 세대가 20~30대의 현실을 나타내는 키워드로 주목받았다. 이처럼 꿈을 잃은 청년에 대한 한·일 양국 기성세대들의 걱정과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