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강반디(정외06), 유일산(심리02), 이준영(사학06) 학우

기자명 김정윤 기자 (kjy0006@skku.edu)

5월 14일, 우리학교 경영관 원형극장이 전례없는 인파로 가득찼다. 청중으로 가득 찬 무대에는 왜소하지만 날카로운 눈빛을 가진 진보 지식인의 대표주자 진중권이 서있다. ‘2MB시대, 한국사회 어디로 가나’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2시간동안 이어진 강의에서, 진중권 교수는 특유의 신랄하고 위트 넘치는 언어로 학우들의 열의에 보답했다.
그가 강의 말미에 강조했듯 ‘우경화되고 있는 정부를 견제하기 위한 역할은 이제 더 이상 대학사회 밖의 문제만은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학 사회와 진보 진영의 지난 역사를 살펴봄과 동시에 진보에 관심이 있는 학우들과 함께 ‘진보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논의 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왼쪽부터 △이준영(사학06) △강반디(정외06) △유일산(심리02)학우. 이들은 ‘20대의 특성을 진보에 투영하는 변화가 필요하다’는데 모두 동의했다.

‘대학생’에 초점을 맞췄을 때 진보에 대한 고민이 어떤 방향으로 차별화 될 수 있을까
유일산(심리02, 이하 :유  ) 대학생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에 다소 회의적이다. 과거 80년대에는 대학 진학률이 30%미만으로 지금보다 훨씬 낮았기 때문에 대학생이라는 신분 자체만으로도 특정한 사회계층으로 구분할 수 있었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누구나 다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현 상황에서 ‘대학생’의 의미는 과거와 상당히 다르다.
이준영(사학06, 이하 : 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생으로 규정함으로써 대학 내의 진보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교육 문제이다. 진보를 교육의 공공성 같은 가치와 연관시켜 고민해본다면 대학생들이 갖고 있는 △등록금 △교육 시장화 △청년 실업과 같은 문제들을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오늘날 대학생들의 목소리가 7,80년대에 비해 사그라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 원인과 대안은 어떻게 찾고 있나 
강반디(정외06, 이하 : 강 )대학생이 직장인에 비해서 자유롭고, 역동성을 갖고 있는 집단은 맞다. 그러나 예전과는 달리 대학의 영역으로 취업이 침투하고 생존이 침투하면서 그 역동성을 표출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직장인들과 별 다를 게 없게 돼버렸고.
 유: 대학생이 목소리를 내는데 있어 문제가 되는 것이 ‘대학서열구조’라고 생각한다. 파급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연대가 필요한데 수직적인 서열, 경쟁 구조 속에서 연대를 할 수 있겠는가. 이 간극을 좁혀나가기 위해서는 대학서열부터 깨야한다.
 강:학내에서도 아직 연대가 잘 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 간 서열을 깬다고 연대가 이뤄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유:서열이라는 것이 경쟁체제 내에서 생긴 것인데 사실상 학내에서 연대가 잘되지 않는 것도 학부제와 같은 경쟁의 논리에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경쟁 구조가 해소된다면 학내, 학외 모두 연대가 가능해질 것이다
 강:다만 유럽 대학의 평준화와 우리는 다르다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 같다. 유럽은 대학을 가야할 학생들만 진학해 1차적 차별화가 이뤄진 반면 우리나라는 대학생들이 넘쳐나다 보니 평준화가 이뤄질 경우 학생 간 편차가 훨씬 클 것이다.

평준화는 논란이 분분할 수 있으나 등록금처럼 직접적으로 연관된 사안에 대해서도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왜인가
이:지난 3월 등록금 시위를 위해 8천명에 달하는 학우들이 참여했다. 어떻게 보면 많은 숫자 같지만 등록금에 공감하고 있을 학생들이 8천명을 훨씬 넘는 것을 감안하면 아직 부족하다. 사실상 대학생들은 진보에서 내세우는 쟁점 자체에는 관심이 많지만 실천에 있어 어려움을 느끼는 것 같다. 더 치열하게 ‘실천의 틀’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강: 대학생이 ‘자신의 문제’ 임에도 불구하고 논의하지 않는 원인으로는 2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개인화가 된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관심은 있지만 진보진영에 대한 회의가 있기 때문이다. 진보 운동의 의도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의사 표출 방법에 있어 ‘저런 식으로 운동한다고 될까?’라는 회의가 크다.

‘운동권’이라는 개념이 갖고 있는 이미지가 아직도 대학생들에게 거리감 있게 다가오는 것 같은데
강:
 나를 비롯해 주변 친구들은 사실 ‘운동권’이라는 말을 들으면 심리적 거리감을 느낀다. 현 정부의 문제를 두고 어떻게든 개선을 요구하고 싶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나가서 시위하자니 너무 극단적인 방향으로 가는 것 같아 고민을 한다. 앞으로 진보가 대학사회를 주도하려면 이처럼 중간단계에 있는 학생들의 고민을 해소해 줘야 하지 않을까
이:전체적으로 본다면 청년실업, 등록금과 같이 보편화된 논의에 대해 이야기하다보니 운동권에 대한 거부감은 많이 없어졌다고 생각한다. 학우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대변해주는 사람을 지적해주기 마련이지 운동권이라고 해서 무작정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는 많이 없어졌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진보가 대학생들에게 다가서는 방법에 있어서는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강:
 진보에서는 내용적, 행동적 대안 두 가지를 제시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 내용적인 건 목표가 드러나 있어 확고하지만 행동적인 면에 있어서는 젊은 세대들이 예전의 것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어 변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
저번에 진중권씨 강의 후에 뒤풀이를 갔는데 민중가요를 부르더라. 진중권씨야 그 세대였으니 이해가 가지만 20대인 다른 분들이 똑같이 어울리는 것을 보고 거리감이 느껴졌다. ‘왜 우리는 우리만의 것이 없을까’. 주변 사람 중에 강연회에 감동받았다가도 구시대의 문화를 답습한 활동을 보고 선뜻 당에 가입하지 못한 사람도 있다.
 유:20대만의 문화 부재. 쉽게 말하면 운동권의 구태. 사실상 이런 것이 존재하기는 한다. 이를 깨기 위해 20대가 나서서 놀이와 같이 즐겁고 축제와 같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시위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본디 사람이 변화를 꾀한다는 게 쉽지 않아서(웃음)
 이:홍대의 등록금 투쟁을 본 적이 있는데 흥미롭더라. ‘차라리 피를 가져가십시오’라는 구호와 함께 사람들이 케찹과 물감을 섞어 만든 피를 한 봉지씩 가져와 건물에 걸어놨다. 건물 옆 나무에는 ‘등록금에 목 메달아 죽은 인형’ 같은 것도 있어. 자연스럽게 학생들을 투쟁 속으로 끌어들이고 있었다. 

앞으로 진보와 대학 사회의 소통이 원활히 이뤄지기 위해서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유:
가장 중요한 것은 민주주의다. 모든 학우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려면 현실적으로 학생회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학생회 차원에서 학생들의 생각을 수렴하고 진보에 대한 고민을 공유할 수 있는 민주적 구조가 구축된다면 소통이 훨씬 원활해 질 것이다. 
 이:학생회에서 일을 해봤지만 대부분의 학우들은 같이 생활할 공동체를 필요로 한다. 학우들이 갖고 있는 요구로부터 공동체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처음에는 단순히 수업을 같이 듣고 밥을 먹던 것이 점차 생각을 공유하고 함께 행동함으로써 현실을 바꿀수 있는 공동체로 변화할 수 있지 않을까. 눈을 돌렸을 때 바로 옆에 있는, 함께하는 진보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