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수영 기자 (geniussy@skku.edu)

지난 29일 목요일 오후 4시.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한양대 서울 캠퍼스에는 많은 학생들이 오후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그날의 캠퍼스는 그 어떤 날보다도 젊음의 함성으로 가득 차있었다. 우리 학교와 한양대의 U리그 경기가 한양대 대운동장에서 열린 날이었기 때문이다. 1:1 무승부로 끝난 경기였지만 대운동장 곳곳을 메운 학우들의 북소리와 함성소리는 젊음의 캠퍼스를 뜨겁게 달궜다.

한국 축구를 주름잡던
대학축구, 내리막 길을 걷다
1882년, 우리나라의 근대 축구는 유럽 선교사들에 의해 체육 수업 중의 하나로 채택되며 보급되기 시작했다. 이를 토대로 국내 최초의 전국 대회인 ‘전조선축구대회’가 열렸고 대학팀은 1924년에 개최된 제5회부터 공식적으로 출전하게 된다. 그리고 제8회에서 연희전문학교(연세대 전신)이 우승컵을 거머쥐면서 대학축구는 성인축구에 뒤지지 않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렇게 젊음과 열정으로 넘쳐나던 대학축구는 한국 전쟁으로 인해 위기를 맞이한다. 많은 팀이 해체돼야 했고 남아있던 팀도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힘들었다. 그러나 종전 후 본격적으로 대학팀들이 속속 창단되고 1965년에는 대한축구협회 산하에 대학축구연맹이 발족되면서 대학축구의 조직적 기틀이 마련되기에 이른다. 이후 체육특기자 제도가 도입되는 등 축구 유망주들이 대학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하며 대학축구는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다. 이에 대한축구협회의 임진수 직원은 “요즘도 현장에서 보면 대학축구를 거친 선수들이 더 좋은 경기력을 보인다”고 말해 고등 교육을 받은 대학 출신 선수들이 필드에서도 높은 기량을 선보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1983년 K리그가 출범하면서 대학축구의 열기는 서서히 식어가기 시작했다. 이와 더불어 유·청소년 육성에 주력하는 세계 축구계의 흐름에 따라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선수들이 바로 프로에 입단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대학축구연맹의 김상문 사무국장은 “이외에도 기존에 있던 6개의 대학 대회들이 지방에서 많이 개최돼 정작 학우들의 관심 밖에 있었다”고 말하며 당시 대학축구 경기가 가졌던 접근성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또한 전적으로 학교의 지원을 받는 대학축구와 축구에 대한 전문적인 시스템을 갖춘 프로 축구팀의 지원을 받는 클럽축구 간의 실력 차가 점차 벌어지게 되면서 ‘대학축구가 꼭 필요한 것인가?’란 의문도 제기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시 뛰는 대학축구
이런 상황에서 지난 1일 대한축구협회의 주관으로 첫 출범한 U리그는 대학축구에 있어 역사적인 의미를 갖는다. 이번 U리그는 서울·수도권 지역에 속해있는 10개 대학팀(광운대, 고려대, 경희대, 건국대, 명지대, 수원대, 성균관대, 연세대, 중앙대, 한양대)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시범리그지만 캠퍼스 내에서 이뤄지는 첫 리그 대회라는 점에서 한국 축구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U리그를 통한 대학축구에의 리그전 도입은 기존에 토너먼트형식으로 운영되면서 생겼던 대학축구의 폐해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축구연맹의 김정필 전무이사는 “토너먼트의 경우 한번 탈락하면 더 이상 경기를 할 수 없고 이겨도 선수들이 쉬지 않고 경기를 해나가야 한다”며 토너먼트의 단점에 대해 지적했다. 반면 승패에 관계없이 주어진 경기 수에 따라 경기를 갖는 리그전의 경우, 선수에게 최저 경기수를 보장하고 컨디션 조절에 있어 유연성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경기력 향상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해당 대학 캠퍼스에서 경기가 열린다는 점도 U리그가 대학축구의 인기를 되살릴 새로운 활로를 구축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 중 하나다. 지방에서 주로 열리는 기존 대학 대회와 달리 본교 캠퍼스 운동장에서 경기가 열리기 때문에 학우들의 관심을 많이 유도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제 막 데뷔한 U리그,
대학축구의 빛이 될 것인가
그러나 대학 캠퍼스 운동장에서 펼쳐지는 경기 운영에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10개 대학 중 4개 대학만이 선수들의 부상 방지를 위해서 필요한 잔디구장을 갖추고 있기 때문. 김 전무이사는 “캠퍼스에서 이뤄지는 축구경기를 본 학교 관계자들에게 전문적인 시설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해줄 것을 부탁하고 있다”고 밝혀 점차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부분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우리 학교 관리팀(팀장:이재영) 관계자에 따르면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이 뚜렷하게 논의되고 있진 않다”고 해 구장과 관련된 시설적인 문제는 단기간 안에 해결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아직 대학생들의 관심이 부족한 것도 또 하나의 문제점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주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일주일에 네 번만 학교에 오는 ‘주4파 학우’들까지 고려해서 목요일을 주 경기날짜로 잡았다. 하지만 주로 목요일 경기가 치러지는 오후 3시 혹은 4시가 학우들의 오후 수업이 많이 편성돼 있는 시간이라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허정무 감독이 “U리그가 한국 축구의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 말한 만큼 한국축구계가 U리그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대학축구에 있어 선진 축구 형태인 리그전을 정착시키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한축구협회는 시범리그인 올해 리그를 토대로 대회규모를 점차 키울 계획에 있다. 임 직원은 “리그전은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 외에 관중들에게 끊임없이 본인 팀의 경기를 보여줌으로써 축구에 대한 관심을 지속시켜 대학축구의 진정한 발전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축구라는 화려한 빛의 그늘에 가려 있었던 대학축구. U리그를 통해 새로운 부활을 꿈꾸고 있는 지금, 한국 축구의 진정한 희망으로 빛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