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지현 편집장 (kjhjhj1255@skku.edu)

신문사, 방송국 가릴 것 없이 요즘 언론사엔 대풍년이 찾아왔다. 언론에 사사건건 딴지를 걸던 노무현 정권과 달리 이명박을 필두로 하는 현 정권은 고맙게도 아주 많은 대서특필 꺼리들을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교육권 침해는 물론이거니와 서민 경제 파탄에 40초짜리 날치기 언론 탄압, 공안 정국식 국가폭력, 최악의 남북관계까지. 단시간에 이렇게 많은 메가톤급 이슈들을 공론화시킬 수 있는 것도 어떻게 보면 능력이다. 거기다 이제는 국제사회에서도 미운 오리 신세가 됐다. 미국에게는 광우병 파동으로 불신을 받고 있고, 성숙한 동반자 관계를 약속했던 일본에게서는 뒤통수를 맞았다. 그야말로 ‘밖에서 뺨맞고 안에서 때리는’ 격이 된 것이다. 이렇듯 조중동을 제외한 언론기자들이 울분을 토하고 서민들이 통탄할 사안들이 도처에 깔렸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우리의 일상은 너무 조용하다. 시끄러운 곳은 언론사와 다음 아고라, 시청광장, 혹은 청계천 광장 정도? 가슴을 치는 일은 너무나 많은데 그 쓰라린 가슴을 부여잡고 일어나 외치는 사람이 없다. 광고주 불매운동을 벌이고 집회시위에 나서는 이들은 아직은 ‘소수의 개인’에 불과한 것이다.

삼삼오오 모여 있어도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비판적 토론을 하고 행동으로 나서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두 귀와 두 눈을 막아버린 이명박 정권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은 다름 아닌 ‘일개’ 시민의 직접행동인데 말이다. 국민적 촛불집회는 어느새 사그라지고 있고 시위는 ‘위원회’나 ‘연합’이라는 타이틀을 단 일부 조직원, 정의감에 불타는 일부 시민들의 전유물이 돼 버렸다. 이러니 색깔론, 배후세력론 같은 억지논리가 통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이 후안무치로 서민살림을 파탄낼 정책들을 아무렇지 않게 펴나가는 것도 이를 적극 막아서는 ‘다수의 국민’이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야당이라고 해도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버스에 몸을 싣고 출근하는 사람들이, 장보러 나선 아줌마들이, 공부 좀 했다하는 대학생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고 나서야 한다. 누군가 대신 해주겠지라는 대리만족 심리로는 결코 이 현실을 개선할 수 없다.

물론 아직 시간은 많다.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4년도 더 남았고 그 기간 동안 민심에 역행하는 모습은 수차 보일 것이므로.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의식’을 가지자. 이것이 ‘문제’라고 생각하자. 인터넷 토론장에서 어제 봤던 사람을 또 만나고 집회현장에서 그제 봤던 단체를 또 만나는 일이 일상화되지 않도록. 다양한 생각과 의견을 가진 ‘국민’‘들을 날마다 새로이 만나고 토론하면서 더 나은 대안을 찾아갈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