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난'법학자, 고흐를 법정에 세우다
'별난'법학자, 고흐를 법정에 세우다
  • 이승아 기자
  • 승인 2008.09.01 15:01
  • 호수 1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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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캠 첫번째 만남- 김민호(법83) 법대 교수

얼굴을 붕대로 칭칭 감은 고흐가 웨이트리스에게 자신의 귀를 잘라서 줬다는 이유로 법정에 섰다. “당신에게 경범죄처벌법 제1조 24호에 따라 1일 구류를 선언합니다” 탕탕탕! 고개를 떨어뜨린 고흐는 뒤돌아서서 재판장을 나갔다.

이와 같은 판결을 내린 사람은 바로 우리학교 법학과 김민호 교수. 또한 그는 낙서화가 바스키아에게도 타인의 재산권을 침해했다는 판결을 내리고 어떤 처벌을 받게 되는지 설명한다. 우리가 어렵게 느끼던 미술과 난해하다고 생각하는 법률이, 김민호 교수에 의해 이렇게 쉽고 친숙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저는 미술이 인간의 삶 그 자체라고 생각해요. 법도 마찬가지에요. 우리가 알아야하는 상식이고 사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약속이죠. 하지만 사람들은 이것들을 모두 어렵게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미술과의 접목을 통해 법을 편안하고 친숙한 것이 되게 하고 싶었어요” 그는 이렇게 법을 미술로, 미술을 법으로 설명하면서 그 둘 모두를 우리가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사실 그가 청소년 시절까지 접한 미술은 교과서에 있는 그림 몇 점이 전부이다. 그런 김 교수가 미술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한 것은 섬유예술가인 아내 덕분이라고. “우리 학교 재학 시절 이화여대 미대생인 아내를 만났고 자연스럽게 많은 전시회를 다니게 됐어요. 그런데 미술 서평들이 어려운 말로만 가득 차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 미술을 이해하기 위해서 혼자 미술서적을 읽어나가기 시작했죠”

독학으로 미술공부를 하면서 나중에 미술 평론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그. 그런 그가 법과 미술의 만남을 시도한 것은 2004년 우리학교 웹진으로부터 생활 속의 법률을 쉽고 재밌게 설명한 글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으면서이다. 그는 ‘법률 이야기’라는 코너를 1년 동안 연재하면서 미술 속에 있는 법률을 설명했고, 이것은 나중에 ‘별난 법학자의 그림이야기’라는 책으로 그 결실을 맺게 됐다. “가끔 책 내용을 수업에 이용하고 싶기도 해요. 하지만 사법시험에 맞춰져있는 현재 진도로는 도저히 미술을 설명할 틈이 없어서 많이 아쉽죠”

그의 미술은 단순히 법을 설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네 정치 현실과 결부되기도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미술 작품이나 화가, 작품에 얽힌 이야기 등을 통해서 되돌아보는 글을 매일경제 칼럼에 싣기도 했던 것이다. 이렇게 미술을 이용해서 세상을 설명하고, 법을 보다 친숙하게 만들려는 그의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대학생들에게 한 발짝 더 다가선다. 현재 자신이 법제센터 소장으로 있는 NGO ‘바른 생활 시민연대’에서 법치주의에 대해 전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정기 강연을 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

“저는 우리 법학과 학생들이 점점 바보가 되어간다고 가끔 말해요. 사법시험 때문에 전공 서적만 보고 책이나 영화, 심지어 개그 콘서트도 보지 않고. 그렇게 법률만 알다보면 사고가 경직되고, 일반 대중들에게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없어요. 조금만 더 사고의 유연성을 가지고 교양을 쌓았으면 하는 바람이죠”

인터뷰를 하는 내내 많은 제자들이 그의 방을 찾았다. 법을 둘러싼 경계를 허물어 일반 사람들의 생활에 도움을 주고 싶어 하는 김 교수. 그런 그의 제자들 중에는 개그 콘서트를 법으로 설명하는 또 다른 ‘별난’ 법학자가 나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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