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용민 기자 (claise@skku.edu)

호주의 하모니 데이 (Harmony day)

호주의 하모니 데이는 데이문화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매년 3월 21일 열리는 하모니 데이는 정부에서 정한 공휴일로서 다문화 사회인 호주 국민들의 화합을 위해 시작됐다. 이날만큼은 모든 학교에서 교복대신 각 나라의 전통복장을 입고 등교하는 것이 허락되며 여의치 않으면 오렌지색 상의까지도 허용된다. 이뿐만 아니라 하모니데이에는 아이들이 교실을 돌면서 세계의 문화와 음식을 경험하고 즐기고 다문화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진다.

이는 유럽계 외에도 워낙 많은 인종이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강구된 방안이다. 호주는 85%를 차지하고 있는 유럽계 인종 외에도 △아시아계 9% △원주민 어보리진 3% △아랍계가 1.4%를 차지할 정도로 소수인종의 비율이 높다. 또한 45만명에 달하는 유학생까지 감안 했을 때 민족 간 잠재된 갈등이 많으리란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호주정부는 1998년, 유엔의 ‘인종차별 근절을 위한 날’(International Day for the Elimination of Racial Discrimination)을 근거로 해 하모니 데이를 지정했다. 이렇듯 호주의 다문화는 ‘상호존중주의’와 이를 위한 노력이 어우러져 다른 다인종국가보다 더욱 안정된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서양문화권의 복싱 데이 (Boxing day)

영국의 프리미어리그 때문에 한국 축구팬에게도 잘 알려진 복싱데이는 크리스마스 다음날인 12월 26일을 일컫는 말이다. 이 날은 상자에 선물을 담아(Boxing) 자신보다 어려운 사람에게 선물한다. 복싱 데이의 유래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어느 부자가 수십명의 하인들에게 상자에 선물을 담아 전달한 것에서 전해졌다는 설이 유력하다.  

이날 풍경은 각 나라마다 약간씩 다른데 대표적으로 영국에서는 신문팔이 소년에게 20파운드 정도를 구독료에 추가로 넣어 준다. 또한 빌딩관리인에게는 좋은 술 한 병을 선물하는 등 대체적으로 생활이 넉넉지 않은 사람들에게 호의를 베푸는 관습이 많다.

소비시장에서 복싱데이의 관습은 약간 변형된 모습으로 나타난다. 기업은 소비자들에게 50%~90%까지 할인된 물품을 판매하고 소비자들은 한 가게에 수십만명이 쇼핑을 하러 나오는 등 활발한 경제활동이 벌어진다. 실제로 복싱데이가 갖는 경제 효과는 3000억원대에 이른다는 집계도 있다.

연말에 모든 사람을 따뜻하게 하는 복싱데이.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모두에게 이익이 가도록 하는 복싱데이의 의미만큼은 변하지 않은 채로 서양문명의 전통을 지탱하고 있다.

아일랜드의 세인트패트릭스 데이 (St. Patrick's day)

아일랜드의 대표적 데이문화로는 성 패트릭 신부를 기리기 위한 세인트패트릭스 데이가 있다. 패트릭 신부는 아일랜드에 가톨릭을 전파한 신부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300개 이상의 교회를 세웠다.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패트릭신부가 사망한 3월17일 에는 모든 사람이 초록색 옷을 입으며 평소 고마웠던 사람들에게 네잎클로버와 책을 선물한다. 이로 인해 초록색과 클로버는 아일랜드의 상징이 됐다. 또한 아일랜드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국경일로 지정돼 뉴욕에서는 초록의상을 입은 참가자들이 성 패트릭 사원을 지나 5번가를 행진한다.

이와 같이 세인트패트릭스 데이는 아일랜드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이 날을 통해 아일랜드인의 유대감을 끈끈하게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기독교라는 민족의 정체성을 공고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아일랜드는 역사적으로 종교문제로 주변국과 마찰을 빚어왔다. 때문에 그와 같은 위기상황을 버티기 위해선 민족의 단결이 필수였던 것이다. 세인트패트릭스 데이는 데이 문화를 넘어 민족의 안위를 보살핀 상징이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