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 스피커를 울리는 별의 소리
금속 스피커를 울리는 별의 소리
  • 이은지 기자
  • 승인 2008.11.19 23:45
  • 호수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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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 스피커 디자이너 유국일씨

이 노래를 들으면 아주 착해질 거에요’ 검은 뿔테 안경에 검은 수트를 입은 금속 스피커 디자이너 유국일씨는 ‘샬롯 처치’라는 소녀의 음반을 꺼내들었다. <Rhea>, 토성의 위성 중 타이탄 다음으로 큰 별의 이름을 딴 스피커에서 소녀의 청아한 목소리와 경건한 종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러자, 소리가 꼭 별처럼 흩어져 공간의 틈에 스며드는 듯한 흔치 않은 감각의 길이 열린다. 우주와 별을 동경한다고 말하는 그는 별을 닮은 스피커의 모습 뿐 아니라 미처 눈으로 포착하지 못한 별의 이미지를 소리로 구현한 것이다.

이은지 기자(이하: 이) 마니아 층이 두터운 독일, 미국 등에 비해 우리나라에서 스피커 디자이너는 생소한 개념이다. 어떻게 스피커 디자이너란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됐는가?
디자이너 유국일(이하:유) 어릴 적부터 음악을 정말 좋아했다. 음악을 그냥 듣지 않고 음 단위로 분해해서 듣고, 똑같은 음악을 1백번, 2백번 듣는 등 음악 마니아였다. 음악에 대한 이런 관심은 홍대에서 금속조형디자인을 공부할 당시 작품 활동에 영향을 미쳐 악기와 같이 음과 관련된 오브제 작업을 하는 계기가 됐다. 그런데 졸업 작품전에서 어떤 분이 내 작품을 가지고 ‘소리도 안 나는데 무슨…’이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이에 자극을 받아 완벽한 미음(美音)을 디자인하는 사운드 디자인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즉, 음악과 금속 디자인 두 분야에 대한 깊은 관심에서 ‘양 쪽을 다 충족시키는 예술이 무엇일까’라는 고민의 결과로 이 길을 걷게 됐다. 게다가 남들이 안하는 분야라 더 마음이 가기도 했고.

  그렇다면 사운드 디자인은 일반 스피커를 디자인하는 것과 어떻게 다른가?
유 
소위 ‘디자인을 위한 디자인’은 껍데기에 불과하며 소리를 몰라도 누구나 다 할 수 있다.  반면 사운드 디자인은 ‘소리를 위한 디자인’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청각의 시각화, 시각의 청각화라고도 할 수 있다. 이 말은 스피커에게 있어 기능이 곧 디자인이라는 뜻이다. 고로 내 작품에선 구멍 하나도 아무 의미 없이 뚫어져있는 것이 아니라 소리를 염두해 둔 장치들이다. 예를 들면 달과 지구를 형상화한 ‘MOONⅡ’라는 작품에서는 월식의 장면을 형상화하면서 진동판끼리의 거리를 감소시켜 더 좋은 소리를 만들어냈다. 즉, 외형적 측면에서 그치지 않고 최상의 음을 만들어내기 위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그렇지만 작품이 완제품인 스피커이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기술이라는 생각을 갖기 쉬울 것 같은데
 이번 해 초 신진 작가의 발굴ㆍ지원을 목적으로 시행되는 성곡미술관 ‘내일의 작가’에 선정됐을 때에도 그런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순수미술이 주종을 이루던 그 전시회에 출품할 수 있었던 것은 사운드 디자인의 실험성을 인정 받고 우주를 닮은 미려한 디자인 때문이었을 것이다. 또 나의 작품은 수작업으로 이뤄져 기획에서 디자인, 조립하는 데까지 몇 년이 걸리는 작품도 있을 만큼 대량생산이 불가한 창조성의 산물이다. 스피커에서 소리가 나오기 전까지는 사람들이 스피커라고 알지 못할 만큼 순수 현대 조형 작품에 뒤지지 않는다.

이 그 만큼 예술작품으로 인정 받았다는 얘긴데 특별히 나타내고자 하는 주제가 있는 것인가?
 내 작품에 흐르는 테마는 ‘별’, 그리고 그에 대한 ‘동경’에서 비롯된다. <SATURN>, <COMETES>, <BIG DIPPER> 등 우주와 별의 이미지를 음으로 표현하는 것은 새로운 공간의 이미지를 갖게 하는 것이다. 이처럼 공고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건축과도 비슷하다. 그래서 건축 잡지 등을 통해 건축물에서 영감을 얻기도 하고, 여행을 다니며 자연과 우주에서 소재를 얻기도 한다.

이 2009 CES(국제 전자 쇼) 이노베이션 상을 수상하는 등 사운드 디자인 부문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거뒀다. 여기서 더 나아가 앞으로 개척해 나가고 싶은 예술적 세계가 있는가?
 독일을 비롯한 외국에서는 ‘마에스터’ 칭호를 부여할 정도로 나의 작품활동에 대해 매우 호의적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상대적으로 그러한 관심이 덜한 것 같다. 사실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서는 독일 등 외국에서 작업을 하는 것이 낫지만 굳이 한국에서 작품 활동을 고집하는 것은 언젠가는 인정받을 날이 올 것이라는 믿음에서다. ‘될지 말지 확신을 가지지 못하면 정말 안 된다’는 뚝심으로 갔던 독일에서도 마침내 성공했듯이 한국에서도 인정받을 것이다. 또한 예술적인 측면에서 ‘랜드스케이프 사운드아트’를 구현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욕심이 있다. 내 작품을 가지고 사막이 됐든 어디든 간에 대지를 닮은 소리를 내는 것 말이다. 너무 많이 알려지면 재미없으니 이 정도만 언급하는 것으로 마치겠다(웃음).

글 :  이은지 기자 kafkaesk@skku.edu
사진 :  이가은 기자 hello212@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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