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밖, 관객을 위해 뛰는 그녀가 있다
무대 밖, 관객을 위해 뛰는 그녀가 있다
  • 이은지 기자
  • 승인 2009.03.29 00:43
  • 호수 14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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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하던 날 저녁, 아르코 예술극장 대극장 공연은 국제다원예술축제 ‘Festival Bo:m’의 개막작 <카를 마르크스:자본론 제1권>였다. 하우스매니저 권진희 씨는 공연에 앞서 모든 상황을 확인하며 긴 다리로 성큼성큼 극장을 바쁘게 오갔다. 막이 오르고도 30분이나 지난 시간, 한 관객이 극장에 들여보내 달라며 언성을 높인다. 하지만 그녀는 ‘세미 다큐멘터리 연극인 이번 공연의 특성 상 추가입장은 다른 관객의 몰입을 방해할 여지가 있다’는 점을 설명하고 돌려보냈다. 한숨 돌렸나 싶었는데 역시나 또, 공연장에서 누군가 사진을 찍는단다. 알고 봤더니 극의 디렉터가 ‘자신의 작품이니 사진 찍는 것도 내 마음’이라고 했다는 것. 이처럼 무대 밖에서 벌어지는 사건들 하나부터 열까지 그녀의 시야를 벗어나는 것은 없다.

 

이은지 기자(이하:) 하우스 매니저라는 직업이 생소한데 어떤 역할을 하는가
하우스 매니저 권진희(이하:)
무대를 제외한 객석과 로비를 ‘하우스’라고 말하는데, 하우스매니저는 객석과 로비에서 관객들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게끔 책임지는 모든 업무를 맡고 있다. 이는 단순한 서비스를 넘어 공연 관람 분위기를 좌우해 공연의 성패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 뿐 아니라 공연 스태프에게는 공연장에서 필요로 하는 것을 챙겨주는 사람, 공연 기획자들에겐 공연장의 분위기를 전달해주는 사람, 같은 극장 직원들에게는 믿고 퇴근해도 되는 사람 등으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소극장에도 하우스 매니저가 존재하는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대규모 극장 중심으로 10년 전부터 생겨났다.

이 : 하우스매니저가 될 결심을 어떻게 하게 됐는지 그 계기가 궁금하다
권 : 고등학교 때 연극ㆍ뮤지컬을 처음 접하면서 그 매력에 홀렸다. 학창시절 때 음악을 전공하면서 공연 예술이라고 하면 음악회만 생각했던 내게 ‘이런 것도 있구나’하는 경탄을 자아내게 했다. 그 이후 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했는데, 그러면서도 공연장을 보러 다니는 데 모든 용돈을 다 쓸 만큼 애정을 쏟았다. 결국 교수님께 ‘음악은 애인삼고 싶지, 결혼하고 싶지는 않아요’라고 말하며 공연과 관련된 일을 할 생각으로 졸업할 즈음 진로를 바꿨다. 처음엔 무대 감독이 하고 싶어 국립오페라단에서 일을 했는데 아르코 예술극장의 안내원 일도 병행했다. 이어서 아르코 예술극장 소극장 인턴까지 하면서 무대감독만 알았던 그 당시 하우스 매니저셨던 김명식 선생님을 알게 됐고 이게 아니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여기까지 오게 됐다.

이 : 극장의 얼굴이라고 여겨질 정도로 화려해 보이는데 남모르는 고충이 있는지
권 :  겉으로 보이는 모습에 비해 업무도 고생도 많아 정말이지 이 일을 좋아하지 않으면 할 수 없을 것 같다. 공연이 오후에 많기 때문에 오후 1시가 출근시간인데, 밤늦게까지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생활 리듬이 깨지기 십상이다. 그래도 이 생활을 5년째 하다보니 적응이 되더라. 또 마음을 쓸어내리게 한 공연 전후의 돌발상황들을 열거하자면 책이라도 쓸 수 있을 정도이다. 마로니에 공원의 노숙자 분들이 우리 극장에 물 드시러, 화장실 쓰시러 가끔 오실 때가 있다. 한번은 한 노숙자 분께서 아무도 모르게 공연 중인 객석에 앉으셔서 ‘좀 보고 가겠다’며 소란을 피우신 적이 있다. 몇 분이나 달래서 겨우 공연을 진행시킬 수 있었는데 이런 일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또 외국 공연팀이 유럽인 특유의 느긋함으로 공연을 지체시키기라도 하면 객석 눈치 살피랴, 공연팀을 주시하며 발을 동동 구른다.

이 : 아르코 예술극장의 하우스 매니저로서 좋은 점이 있다면
권 :  워낙 엄선된 작품이 무대에 오르다보니 식견 있는 관객분들이 많이 오신다. 그만큼 공연장 에티켓도 이미 잘 알고 계셔서 좋다. 또 많은 사람을 만나는 직업이다 보니 이 곳에 가만히 있었는데도 어느새 공연 예술계 인맥이 문어발이 됐다. 무엇보다도 아르코 예술극장 자체가 매력적인 공간이지 않은가. 81년도에 건축가 김수근 선생님께서 지으신 이후로 변함없이 그 모습 그대로 자리하는 것 말이다. 연극의 메카 대학로에서 소극장이 즐비한 가운데 중심을 지키는 공연장으로서의 그 모습이 좋다.

이 :  마지막으로 미래의 권진희를 꿈꾸는 대학생들이 해야 할 일이 있다면
권 :  공연을 많이 보는 것도 좋지만 공연장을 보러 다녀라. 공연장마다 특색이 있고 운영방식이 다르므로 이 점을 눈여겨보길 바란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공연과 함께 호흡하고 싶다는 당신의 열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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