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정윤 사회부장 (kjy0006@skku.edu)

학우라면 누구나 무용 수업을 필수 교양으로 들어야 했던 시절, 대부분의 건물에 남자 화장실밖에 없어 여자 화장실을 찾아 뛰어야 했던 시절. 그런 대학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지금이야 ‘설마’하는 일들이 그 당시에는 ‘그럴 수도 있지’라는 틀 안에 갇혀 해결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여성의 권익 신장에 있어 ‘대학 사회의 틀 깨기’는 직장 사회의 문제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였다. 

물론, 젠더 문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확대됨에 따라 일정 수준 대학 사회가 진일보 한 것은 사실이다. 금녀의 지역으로 여겨지던 공대, 해군사관학교 뿐 아니라 경찰대에서도 당당히 여성들이 인정받고 있으며 여학생 휴게실이나 생리 공결제와 같은 복지 정책들이 시행되면서 대학 사회에서 여성은 남성과 ‘충분히’ 동등해진 것처럼 보인다. 이 때문인지 학내 여성 자치 단체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오히려 공감대가 축소되고 있는 듯하다. 지난 2007년 연세대학교가 총여학생회 폐지안을 투표에 부쳤던 사건은 ‘이미 성평등이 달성됐다’는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 사례였다.

러나 한 대학의 총장이라는 사람이 자신의 제자를 ‘감칠맛 나는 토종’이라고 소개하는 대학 사회에서 여학생들이 진정으로 존중받고 있다 할 수 있는가. 총학생회 후보자들이 성추행 논란에 휘말린 것은 비단 우리 학교 뿐 만이 아니며, 농담 삼아 하는 교수들의 언어 성폭력에 ‘그럴 수도 있지’라고 넘어가야 하는 현실에서 우리의 ‘성적 자기 결정권’은 보장받지 못한다. 체계적인 성 교육을 등한시 해온 대학은,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논의된 덕분에 일정부분 개선이 이뤄진 직장에 비해서도, 오히려 성폭력 불감증에 크게 노출돼 있다.

또 하나 우리가 인지해야 할 사실은 여성의 권리 상승이 남성의 권리 하향을 담보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학우가 요구하는 권리 n만큼을 얻기 위해, 반드시 남학우의 권리에서 n만큼을 떼어 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권리 증진에 따라 자신들의 권리가 제한받는다고 생각하는 남성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여성단체 관계자의 말처럼 △여학생 휴게실 △여성 전용 화장실 △여성 전용 좌석 등을 바라보는 남학생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실제로 스위스에서는 가정과 직장에서 각종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남성들을 위한 운동단체 ‘메너’가 출범했다. 그러나 이러한 남성 단체의 활동이 ‘남성vs여성’의 대결구도로 치달아서는 안된다는 사실에 주의해야 한다. 남성이 가정과 직장의 각종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도 결국 여성들이 목적으로 하고 있는 가부장제의 극복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두 운동은 성별의 전통적인 패러다임을 극복하기 위한 공통의 과제로서 진행돼야 하는 것이다.

는 31일, 2년 만에 총여학생회 선거가 진행된다. 개인적인 바람으로서, 총여학생회가 여학생만의 권익 성장을 넘어서 ‘그럴 수도 있지’라는 남성성과 여성성의 규정에서 남녀 모두를 해방시킬 수 있기를 바란다. 이제 ‘총여학생회 있으니 총남학생회도 만들자’는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리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