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시험의 역사는 수隋나라의 문제文帝가 과거제를 실시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렇다. 수문제隋文帝가 문제問題였다. 존경하옵는 수문제 덕분에 우리는 지금도 1년에 적어도 네 번은 시험을 친다. 이 네 번의 시험기간이 오면 책상에 앉아 학문 수양을 위해 오롯이 정진…하는 대신 시작한다. 무엇을? 시험기간 최대의 유혹, ‘헛짓’을.

시험기간이 오면 으레 도래하는 헛짓. 그 시작은 청소다. 평소 청소와 담을 쌓고 지내는 사람도 시험기간만 되면 깔끔해진다(그렇다고 필자가 평소에 청소를 멀리 하는 것은 아니다. 진짜다). 그러면서 속으로 되뇐다. ‘이것은 효율적인 공부를 위한 사전작업이다. 시간낭비 따위가 아니다!’라고. 그러나 청소가 끝나면 이미 1시간이 훌러덩 지나있다.

자, 마음을 다잡고 다시 책상에 앉자. 얌전히 책을 펴는…가 싶던 손이 슬그머니 컴퓨터를 켠다. ‘I-campus에 들어가려고 컴퓨터를 켜는 것뿐이야.’ 그러나, 오호통재라. 손은 네이트온 비밀번호를 치고 있느니.
신명나게 파도를 타다보면 목이 마르고 입이 근질거린다. 야식과 다이어트의 상관관계를 고찰하며 냉장고로 향한다. 도중에 TV가 눈에 띈다. 어느새 리모컨이 손에 쥐여져 있고, 이지적인 하얀 얼굴이 비친다. 시험기간이면 괜시리 그리워지는 그 얼굴, 손석희님이다. 100분 토론! 도대체 무슨 연유로 시험기간에는 그토록 흥미로운 주제들만 하는 겁니까?

100분간 아이스크림을 껴안고 TV를 보고나면 다크써클이 내 키보다 길어진다. 방으로 돌아오면 침대가 날 지긋이 바라보고 있다. 너무나 포근하고 자애로운 눈으로 유혹한다. 사흘 뒤 있을 시험과 머릿속에 저장된 정보의 용량을 떠올리지만, 어느새 정신이 혼미해진다.

어쩌면 이 글을 읽는 이의 80퍼센트는 안구에 습기가 차있을 지도 모른다. 그 80퍼센트에 해당하는 분이여, 걱정 마시라. 이는 우리의 얘기만은 아니(라고 믿고 싶)다. 실이 가면 바늘이 가듯 시험기간이 오면 헛짓이 뒤따른다. 과거제 도입 이후 1천6백년간, 시험공부를 하는 모든 이들의 책상에 헛짓이 왕림하셨던 게 아닐까?…하고 우리 모두 스스로를 안심시켜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