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정찬 편집장 (sansiro@skku.edu)

게 이어진 대성로에도, 허전하던 CC동산에도 어느덧 꽃이 활짝 폈다. 좁디 좁은 취업문, 날로 거세지는 경쟁의 파도를 뚫고 어김없이 캠퍼스에 찾아온 봄이기에 더욱 반가워진다. 그리고 지난 금요일 새벽, 4시간 여에 걸친 개표 끝에 ‘소통시대’ 선거운동본부가 제41대 총학생회로 당선됐다. 올 듯 올 듯 오지 않았던 성균관대학교 제41대 총학생회가 드디어 도착한 것이다.

번 선거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소통시대 선본의 고른 지지율이다. 소통시대 선본은 총 23개 중 21개 투표소에서 감성시대 선본보다 더 많은 표를 받았다. 캠퍼스 간 지지율에서 큰 차이를 보였던 △37대 ‘파란해밀’ △38대 ‘yOungOne’ △39대 ‘yOungOneFLY’ 총학과는 달리 양 캠에서 고른 지지를 받은 것이다. 연이은 재선거 끝에도 연장투표 없이 투표율 50%를 넘겼다는 점 역시 이번 선거의 의미의 긍정적 시사점이다. 특히 양 선본의 치열한 선거운동으로 인해 많은 징계가 있었던 자과캠의 66.20%라는 역대 최고 투표율은 학우들의 높아진 관심도를 드러내는 대목이다. 더구나 본보 실황중계 조회 수가 2백여 건에 지나지 않았던 지난 40대 총학 선거와는 달리 이번 개표 중계의 경우 3천여 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이번 선거의 이러한 면면들은 미약하나마 학내 자치에 대한 희망을 품어볼 수 있게 한다.

러나 희망은 희망일 뿐이다. 작년 11월 이후 5개월 간 총학이 없었던 공백을 극복해야 하는 소통시대 총학의 어깨는 너무나 무겁다. 5월 초에 열려왔던 대동제까지는 1개월도 채 남지 않았고, 공약 이행을 위해 사전 작업을 진행할 3개월 간의 겨울 방학은 지나간 지 오래다. 더구나 △일반 교양 6학점제 폐지 △ 도전 학점제 △휴학생의 계절수업 수강 △재수강 제한학점 상향 조정(B+→A) 등 학칙을 대폭 개정해야 하는 공약들은 이행은커녕 시도하기에도 벅차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벌써부터 ‘7개월짜리 총학’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렇듯 캄캄한 현실 앞에서 소통시대 총학의 갈 길은 어디에 있을까.

‘성균인의 목소리를 모아모아.’ 소통시대의 캐치프레이즈다. 학생회의 오랜 폐단으로 지적돼 온 것이 소통 부재이기에 이 고질병을 고치는 것은 성공적 총학의 필수요건이다. 그러나 소통시대가 이루겠다는 ‘소통’이 학우들의 목소리를 실현시키는 차원이라면 이 캐치프레이즈는 바뀌어야 한다. 공약을 이행해 학우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만이 총학의 역할이 아니기 때문이다. 총학은 학내 자치의 디딤돌로서 존재하기에, 이들이 말하는 소통은 ‘학우들의 목소리를 실현하는’ 차원을 넘어서야 한다. 더구나 공약들의 이행 가능성조차 불투명한 현 상황은 총학을 중심으로 한 소통이 결국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을 예상하게 한다.

“대학교는 이제 사회가 아니다. 취업을 위해 거치는 관문으로 변화하고 있다.” 지난 1458호에 실린 ‘대학언론의 위기’ 대담에서 이상민(심리06) 연세춘추 편집부국장이 했던 말이다. 만약 지금의 대학교가 또다른 곳으로 나아가기 위한 관문이라면 소통시대의 ‘소통’은 곧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꼭 갖춰야 하는 출입증이 돼야 한다. 학우들의 취업을 도우라는 말이 아니다. 뛰어난 역량을 가진 학우들에게 모자란 것, 경쟁의 파도에 어느덧 잊혀진 공동체의식을 다시 불러일으켜야 한다는 것이다. 7개월 후, 좁디 좁은 취업문 통과만이 아니라 다른 이들의 손을 잡고 그 문을 넓히는 것이 정답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대성로와 CC동산에 가득 차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