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신규철 기자 (singue45@skku.edu)

영화 <큐브> 속 등장인물들은 정체모를 큐브 안에 갇히게 된다. 탈출을 하기 위해 지나가는 방의 안전함을 알려줄 수 있는 유일한 단서는 소수. △소수 △소수의 거듭제곱 △소수도 소수의 거듭제곱도 아닌 수 중, 세 번째 경우만이 그 방은 안전하다는 표식이다. 정해진 범위의 수, 1부터 999 가운데 소수는 168개이고 소수의 거듭제곱은 25개뿐이다.
즉 80%는 소수도 아니고 소수의 거듭제곱도 아닌 셈이다. 이처럼 세 번째 경우의 수를 택할 확률이 높은 상황 속에서 과연 그들은 이 위험한 큐브를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을까?

우리는 1과 자기 자신만으로 나눠지는 1보다 큰 양수를 소수라 부른다. 교과서 속 정형화된 의미로만 다가왔던 소수는 실제로 영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이미 우리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문명화된 인간들 사이에서 소수가 활용되기 전, 자연 속에서 소수는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그 예로 매미는 산란 후 약 13년 혹은 17년 후에 성충이 되는데, 여기에 소수의 비밀이 숨어 있다. 삶의 주기가 소수이기 때문에 얻어지는 이득이 있는 것이다. 주기가 서로 다른 두 매미가 만나는 연도는 221년 뒤가 된다. 이는 서로의 경쟁을 최소화할 뿐만 아니라 만약  천적의 삶의 주기가 2년 혹은 3년일 경우 천적을 피할 수 있어 매미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삶의 주기라 할 수 있다. 매미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 자연 속에는 많은 생명체들이 소수로 인해 삶속에서 그들만의 유리함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자연에서 뿐만 아니라 인간들은 그들의 삶에서도 소수를 통해 이익을 또한 얻고 있다. 대표적으로 소수가 활용되는 분야는 암호화 과정이다. 정보화 사회에 들어서면서 개인정보에 대한 암호화가 가장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사람들은 정보의 안전성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게 됐고, 이 과정에서 소수를 활용한 암호화방식이 나온 것이다. RSA는 암호화 방식 중 하나인 ‘공개 암호화 방식’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이다. 우리는 6이 2와 3, 두 소수의 곱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으나 4백6만7천3백51이 어떤 두 소수의 곱으로 돼 있는지를 찾는 것은 매우 어렵다.

실제로 사용되는 RSA 방식은 매우 큰 숫자를 활용하기 때문에 예를 든 방법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정교하지만, ‘큰 수의 소인수분해는 어렵다’는 암호의 근본 원리는 같다. 숫자가 커질수록 소수의 곱으로 이뤄진 수를 소인수분해하는 과정은 인수분해 알고리즘을 도입해도 오랜 시간이 걸리므로 암호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승주(컴퓨터공학) 교수는 “RSA는 은행업무, 인터넷 로그인등 다양한 분야에서 쓰이고 있다”며 “앞으로 더욱 더 많은 분야에서 활용될 것”이라며 소수가 활용된 RSA의 전망을 예견했다.

한편 기술이 지금만큼 발전되기 이전, 소수는 컴퓨터 시스템의 오류를 찾는데도 기여를 했다. 1994년 미국 수학자 토마스 나이슬리는 소수의 역수 합을 계산하던 중, 인텔사의 펜티엄 마이크로프로세서 칩이 나눗셈을 할 때 오류를 일으킴을 발견했다. 이는 오류가 무조건적으로 나오는 것은 아니었지만 계산을 많이 쓰는 분야에 파장을 일으킬 수도 있는 문제였으므로, 당시 인텔사에서는 결함이 있는 칩을 회수하고 개선해야만 했다. 이때 당시 윈도 시스템에서 소수의 역수 합을 계산하던 과정 중에 나온 식 ‘4195835*3145727/ 3145727’을 입력해 ‘4195935’가 아닌 ‘4195579’가 나오면 결함이 있는 칩으로 판명했다고 한다.

기원전 2300년 전 유클리드에 의한 소수의 무한성에 대한 연구에서부터 암호화에 쓰이는 소수에 대한 연구까지 인류는 끊임없이 소수에 대한 탐구를 멈추지 않았다. 이렇듯 단순히 수학적 연구의 대상으로만 여겨지던 소수는 실제로 자연에서부터 인간의 생활 속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었다. 어쩌면 인류가 태어나기 이전부터 우주에 존재해 온 만유인력의 법칙처럼 소수는 태초부터 자연 속에 존재하던 법칙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