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나의 대학교 2학년 여름 방학이 시작 된지도 어언 한 달. 여느 때와 다름없는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런 잉여 인간의 생활을 하고 있을 무렵, 동기에게 전화가 왔다. 다큐멘터리에 출연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지인이 작가인데 학교 주변에서 자취를 하고, 학원 등을 다니는 남자 대학생을 출연자로 섭외한다고 했다. 무료한 생활을 하던 차에 나는 이번 일이 재미있을 것 같기도 했고, 별로 부담 가질 일은 아닌 것 같아서 흔쾌히 승낙을 했다.

그리고 7월 초순, 작가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이쯤에서 내가 촬영하게 된 프로그램에 대한 소개를 하자면, 이 프로그램은 EBS의 교양 다큐멘터리인 <EBS 다큐 프라임>이다. 내가 참여하게 된 프로그램은 혈액 건강이 사람의 전반적인 건강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한 것이었다.

7월 중순, 나는 강남의 모 병원으로 첫 번째 건강검진을 받으러 갔다. 제작진은 이미 그 곳에 도착해 있었는데, 커다란 방송카메라나 조명기구들이 늘어서 있었다. 촬영이 아직 시작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방송 기기의 위압감에 나는 긴장이 됐다. 촬영이 시작되고 기본적인 신체검사부터 나로서는 처음 경험해 본 모세혈관 검사, 적혈구 검사 등, 다양하고 전반적인 검사가 진행되었다. 검사 후 ‘난 젊으니까 괜찮아’라고 생각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평소의 불규칙했던 생활 패턴이 그대로 드러나는, 결코 좋지 않은 결과였다. 검사 내내 따라다녔던 집채만 한 카메라에 대한 부담감보다, 나의 비루한 건강상태에 대한 불안감이 나를 압도하는 순간이었다.

며칠 후, 나의 평소 생활과 함께한 두 번째 촬영이 있었다. 후배와 밥을 먹고, 도서관에 가서 공부를 하고, 피시방에서 게임을 하는 등의 모습을 촬영했다. 계속 카메라가 날 따라다녀서 그런지 촬영 내내 평소와는 다르게 어색했다. 게다가 다큐 안에 내 평소 생활모습이 그대로 드러날 것을 생각하니 두 번째 촬영이 제일 큰 부담으로 다가왔던 것 같고, 이번 다큐멘터리 촬영 결정에 대해 다소 후회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시작한 이상, 남은 것은 나의 생활 패턴 개선뿐이었다.

두 번째 검진 날짜가 통보되자 난 다시 불안감에 휩싸였다. 생활 패턴 개선에 소홀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촬영 기간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는데, 아침에 급히 출근하느라 아침을 자주 걸렀고, 과일을 먹는 횟수도 줄었다. 게다가 평상시보다 음주 횟수가 줄었다고 할지라도, 기간 중에 생일과 MT 등이 끼어 있어 한 번에 많은 양의 술을 먹기도 했었다. 그나마 운동은 비교적 꾸준히 했다는 것이 나름 위안을 삼을 만한 일이었다.

과연 결과는 1차 검사보다 좋아졌을까? 계획보다 미흡했던 나의 실천을 돌아보자 비관적 생각이 물밀듯이 몰려왔다. 설마 내 부분이 방송에서 ‘통 편집’을 당하지는 않을까? 그런데 결과는 기대치 이상으로, 너무나도 좋게 나왔다. 체중은 늘었지만, 골격근량의 증가 때문에 그러한 것이었고, 지방 량은 감소했다. 모세혈관의 수도 이전보다 증가했고 스트레스 수치 또한 낮아져 정상 수준을 회복했다. 중금속량은 흡연 때문에 비소(As) 수치가 약간 높게 나왔지만, 나머지는 대부분 정상이었다. 비록 아직 개선이 덜 된 부분이 있었지만 지난 한 달간의 생활 패턴 개선은 분명 효과가 있었다. 또, 이러한 낭보를 받고 다시 생각해 보니 몸이 좋아진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들뜬 기분으로 마지막 촬영을 모두 마치고 생활 패턴 개선 전(before)과 후(after)의 결과서와 함께 집에 돌아와서 달력을 보니, 어느새 8월도 반이 지나가고 있었다. 다큐멘터리 출연이라는, 쉽게 경험하기 힘든 일과 함께 하다 보니 그 지루했던 방학도 금세 지나갔나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생활 습관을 바꿈으로써 나는 예전보다 더욱 건강해 지는 뿌듯한 성과를 남겼다. 이번 촬영을 계기로 결심했다. 개강 이후에도 계속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실천하겠다고. 마지막으로 젊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내 건강을 도외시 했던 지난날들을 되돌아보며, 우리 학교 학우들에게도 묻고 싶다. “당신의 혈액은 안녕하십니까?”

이현준(국문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