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조은혜 기자 (amy0636@skku.edu)

“각국에서 법률에 의해 정립된 노동조건에 관한 기준은 합법적으로 거주하는 모든 노동자의 공평한 경제적 대우에 적절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 베르사이유 평화조약 제427조

이는 베르사이유 평화조약 체결 당시 국제노동기구가 정한 기본 원칙 중 하나로서, 이주노동자에 대한 지위가 내국인 근로자와 동일하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이주노동자는 △임금체불 △폭행 △장기간 노동 등에 고통받고 있는 것이 현실. 따라서 이주노동자의 인권보호와 사회적 권리를 보장해주기 위한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사회기획면에서는 이 같은 노력의 일환으로 이주노동자에게 한국어를 가르침으로써 그들의 권리를 찾기 위한 활동을 벌이는 대학생 단체인 레인보우스쿨을 조명해봤다.

이주노동자를 위한 첫 걸음, 한국어교육
지난 23일 오후 4시,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자원활동을 위해 각기 다른 소속의 대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이들의 첫 번째 시간은 이주노동자 개인별 한국어수업. 자원활동가마다 전담한 이주노동자가 있는데, 이주노동자가 도착하면 한국어수업은 시작된다. 교재는 이주노동자를 위해 마련된 책을 이용하며, 대부분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회화를 위주로 수업하지만 필요시 단어나 문법도 함께 가르친다. 한국어만으로 수업이 원활히 이뤄지기 어려울 때는 그림이 그려진 사전을 이용하거나 보드에 직접 그림을 그린다. 익명을 요청한 한 이주노동자는 “여기서 배운 한국어를 일이 끝난 후 밤마다 공부하는데, 시장이나 직장에서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며 교육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개인별 수업이 끝나면 모든 자원활동가와 이주노동자가 함께하는 공동수업이 진행된다. △각국의 노래배우기 △영화 감상하기 △다른 나라의 요리하기 등 다채로운 활동으로 구성된다. 지난 주 주제는 한국에서 자주 쓰이는 속담 배우기. 자원활동가들이 사전에 준비한 연극을 통해 속담에 대한 이해를 높힌 후 보드에 적힌 속담을 반복해 따라 읽으면서 참가자들은 서서히 이를 익혀갔다. 교육에 참여했던 송원일(인과계열09) 학우는 “처음에 참여할 때는 이주노동자를 대하는 데 부담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공동수업을 할수록 친해져서 갈수록 자원활동이 즐겁다”라고 공동수업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한국어교육을 넘어선 이주노동자의 진정한 권리 찾기
레인보우스쿨의 탄생은 올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우리 학교 학우들을 중심으로 △고려대 △서울대 △성신여대 △중앙대 등의 학생들이 함께 레인보우스쿨의 기획단을 꾸렸다. 본래 지방을 거점으로 이뤄지던 이주노동자의 한국어교육이 레인보우스쿨에 의해 수도권으로 확대된 것이다. 우리 학교 레인보우스쿨의 대표를 맡고 있는 김현모(정외06) 학우는 “한국말을 하지 못해 이주노동자 스스로 권리를 요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이주노동자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이 무엇보다도 우선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레인보우스쿨의 창립 취지를 밝혔다.

이주노동자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홍보는 이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이와 함께 학기 초 학내 학우들을 대상으로 한 자원활동가 모집도 활발하게 실시됐다. 그 결과 현재 레인보우스쿨에서 일하는 약 30명 정도의 활동가 중 우리 학교 학우가 10명에 이르며, 이 중 신입생도 상당수 포함됐다. 곽유석(인과계열09) 학우는 “평소에 관심이 있었던 일이었는데 퇴계인문관에 붙은 홍보 포스터를 보고 지원하게 됐다”고 참여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물론 단체의 활동이 한국어교육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어교육에 대한 준비를 포함해 자원활동가들은 △이주노동자의 역사 △문제상황 △해결방안에 대한 세미나도 갖는다. 또한 스스로 그들을 위한 집회에 참석하거나 이주노동자노동조합에서 대외활동에 관한 정보를 구해 참여하기도 한다. 이주노동자메이데이 때는 다양한 퍼포먼스와 홍보를 통해 이주노동자들의 상황을 알려 나갔다. 더불어 이번 학기에는 이주노동자와 대학생과의 만남을 통해 각자의 문제를 공유하고 풀어나갈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다. 김 학우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부당한 대우가 분명한 상황에서도 사람들이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부족한 것 같다”며 “10년, 20년 후 이주노동자 2세가 생겨나 문제 상황이 커지기 전에 함께 살 수 있는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이주노동자 권리 찾기 운동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더 나은 사회로의 도약을 꿈꾸며
물론 앞으로의 과제는 더욱 많다. 레인보우스쿨이 시작한지 6개월째로 접어드는 현재, 자원활동가 인원을 늘려 운영상의 안정을 취하는 일이 이 단체의 가장 큰 숙제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지난 3월 많은 지원활동가가 레인보우스쿨을 찾아왔지만, 지금은 인원이 많이 줄어든 상태. 도움이 필요한 이주노동자가 많은 상황에서 성실히 한글학교에서 활동해줄 대학생의 참여가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많은 이들이 한글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일요일에 수업을 했지만 주말에도 일을 하는 이주노동자가 늘어 이 또한 쉽지 않다. 이에 이주노동자 스스로 레인보우스쿨에 찾아 올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홍보도 요구된다.

레인보우스쿨은 한국어수업을 통해 이주노동자가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물론 현실적인 한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위한 각계의 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 같은 대학 내의 움직임은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 대학생들이 자신의 할 일에 바쁜 이 때 이러한 레인보우스쿨의 고민이 대학사회 전반으로 이어져 이주노동자 권리 획득으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