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은지 기자 (kafkaesk@skku.edu)

장애인에게 문화는 사치일까? 더 나아가 장애인이 문화의 주체로 오롯이 서는 것은 불가능한가? 아니다. 세상은 장애인들을 ‘disabled people’이라 명명했을지 몰라도 그들의 문화 예술 활동은 당당히 ‘에이블 아트(able art)’라고 부를 수 있다. 일본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진 에이블 아트라는 용어는 장애인들이 지닌 ‘다름’이 일반 예술가에는 드러나지 않는 진정한 인간 본성의 예술세계를 표현할 수 있다는 인식에 기초하고 있다.

지난 달 23일 폐막한 ‘2009 세계장애인문화예술축제’는 이렇듯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담은 장애인 예술가들의 놀이판이었다. △음악제 △연극ㆍ영화제 △전시제 △학술제 △참여문화제 등 다방면에 걸쳐 진행된 축제는 장애인 예술가는 물론 일반 예술가들도 참여해 모든 이들이 함께 어울려 문화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축제 조직위원회 원종필 홍보국장은 “축제를 통해 장애인의 △문화 접근권 △문화 향유권 △문화 창조권 향상을 위한 계기를 마련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축제는 비장애인 중심의 문화계에서 장애인이 참여하고 향유할 수 있는 진정한 문화 공간 창출을 위한 대안을 모색하고자 했다는 데서 의의를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최초’의 장애인 종합 문화예술제라는 이유 때문이었을까. 행사 운영 상 미숙한 점이나 아쉬운 점은 곳곳에서 발견됐다. 우선 이 축제의 진정한 주인공이 장애인이었는가 하는 문제이다. ‘세계장애인 문화예술운동’과 관련해 진행됐던 학술제에서 발제나 토론에 참가한 자들은 대부분이 장애인 관련 운동가들이었다. 현장에서 활동하는 장애인 문화예술가들은 찾아볼 수 없어 정작 실천적인 이야기가 오가지 못하고 탁상공론에 그친 것이다. 또한 축제를 찾은 장애인들을 위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의견도 있다. 물론 주최 측은 극장 내에 휠체어 등이 입장할 수 있도록 기존의 좌석을 떼어내고 자리를 마련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영화제와 연극제가 진행된 서울 목동방송회관에서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화면 해설의 완성도가 떨어진 점이나 수화 통역 등의 미비는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가장 개선이 필요한 것은 장애인들의 작품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에 있었다.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은 물론 언론에서도 그들의 작품보다는 그것을 창작한 주체가 장애인이라는 점에 더 관심을 갖는 모습을 보였다. 장애가 있는 예술가가 사진을 찍었기 때문에, 그림을 그렸기 때문에 주목받는 것이 아니라 작품이 어떠한지가 논의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시청광장에서 진행된 행사를 제외한 부문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 부족은 앞으로도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았다. 이에 대해 축제의 이영석 진행국장은 “신종플루의 유행이나 학생들의 시험기간이 축제와 겹쳤다는 이유 외에도 장애인 예술은 무겁다는 편견 때문인 것 같다”며 “영화의 경우만 해도 다큐를 통해 비춰지는 장애인의 삶은 상업영화의 그것과는 달리 실제적이라 다소어렵게 다가가는 것이 사실”이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이처럼 이번 해 장애인문화예술축제는 장애인 문화권을 둘러싼 씁쓸한 현실의 단면을 보여주는 기회이기도 했지만 앞으로 문화권 신장을 위한 노력이 지속된다면 발전의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것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라는 도식적인 구분이 없는, 모두가 문화 주체로서 평등한 축제가 아닐까. 모든 예술가들이 너나할 것 없이 ‘문화예술축제’의 이름 아래에서 역량을 펼치는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