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정미 기자 (sky79091@skku.edu)

통기타와 청바지, 그리고 민중가요가 대학문화의 주류로 자리매김했었던 80년대. 시간이 흐른 뒤 현재의 대학가에서 민중가요는 주류로서의 역할을 잃어가고 있다. 이로 인해 민중가요를 전문적으로 부르는 노래패도 점점 본연의 의미를 잃고 퇴색하거나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노래패가 시대의 흐름이나 현실을 배제한 채 민중가요만을 고집하는 것이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하고, 이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 속에서도 민중가요가 대학가 노래패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이고 꼭 지켜나가야 할 것으로 여기는 단체가 있다. 바로 우리 학교 사회과학대 소속 소모임 ‘아우성’이다.

아우성은 너와 나, 소리의 어우러짐을 모토로 14년 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모임을 가진 이래로 꾸준히 신입생이 들어와 그 규모 역시 줄어들지 않는 노래패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아우성이 계속해서 활동할 수 있는 원동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삶을 부르는 민중가요는 여전히 힘을 가지고 있고, 그 힘이 우리가 노래하는 이유”라고 답하는 최수경(경영07) 학우에게서 노래패 ‘아우성’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매주 수요일 6시에 수선관 5층 별관에서 연습을 가지는 아우성은 6월과 12월, 일 년에 두 번 학내에서 정기공연을 연다. 6월에 하는 워크숍은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그에 맞는 동영상을 마련하고 노래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12월 정기공연은 지난 1년간의 사회적 이슈들을 모아 그에 대한 토론과 노래를 함께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실제로 지난 학기에는 ‘인연’이란 주제를 가지고 공연을 했고, 지금은 다음 달에 열리는 정기공연을 위해 연습을 기울이고 있다.

대부분 사랑이나 이별을 소재로 하는 요즘의 대중가요와는 달리 민중가요는 주제의식이 강하게 표현된 음악으로, 사회의 부조리에 대한 사람들의 이상향이 담겨 있는 노래다. 때문에 아우성은 어두운 현실에 처한 곳에서 직접 발로 뛰며 노래한다. 얼마 전 메이데이에는 건국대학교에서 공연을 하기도 했고, 용산 참사 당시에는 집회 주최 측이 제공한 무대에서 공연을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아우성의 윤재현(경제08) 학우는 “민중가요는 사람을 위해 불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절박한 현장에서 열악한 상황에 놓인 분들을 위해 노래하는 것 자체가 우리에겐 힘이된다”고 대외공연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그들이 말하는 민중가요는 모든 계층에게 다가갈 수 있는 하나의 매개 역할을 한다. 노래는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가장 쉬운 소재이기도 하고, 민중가요는 일반 노래와는 달리 현실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어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쉽기 때문이다. “우리는 단순히 노래를 부르는 단체가 아니라 사회의 현실에 대해 생각하고, 현실의 모순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민중가요를 통해 만들어가는 단체”라는 최 학우의 말은 여전히 민중가요가 대학 사회에 유효하다는 점을 일깨워 준다. 사회 일각에서는 대학생들이 비판의식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에 진보적 지식인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다는 부정적 의견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우성은 노래를 통해 메말라가는 대학생을 적시고 있다. 앞으로도 늘 아우성의 연습실에서는 사람 사는 이야기가 담긴 청량한 노래가 흐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