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영(사학07)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일전에 개인적인 볼일을 보고 이촌역에서 용산역까지 걸어가다가 용산 참사 관련자들이 계속 농성하고 있는 건물을 지나치게 되었다. 그 곳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마치 건물에 붙어 있는 용산 참사 관련 항의문들, 그리고 건물 안에 있는 용산 참사 희생자들의 영정 사진이 존재하지 않는 것인양 무신경하게 스쳐지나갔다.

용산 참사 관련 사망자들에 관련한 보도가 인터넷을 달군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다. 그 짧은 기간 동안 유족들의 아픔과, 그 이면에 있는 현대 사회의 고질적 문제가 해결되었을 리가 없다. 그러나 나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보기에 이러한 사건은, 그리고 그 이면에 잠재한 수많은 사회적 문제들은 그저 한순간의 가십거리로 생각되어 곧 우리의 뇌에서 잊혀지고, 이후에 관련 소식을 접하게 되더라도 더 이상의 큰 자극은 받지 못한다.

수많은 정보가 범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흘러넘치고, 각자 자기 앞가림하기도 바쁜 이 시대에서 사람들의 망각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최소한 무엇을 먼저 망각해도 되는지, 무엇을 먼저 망각하면 안 되는지에 대한 우선순위 정도는 정해 두어도 좋지 않을까. 그리고 최소한 연예인의 열애설같은 지극히 그들의 사생활에 관련된 문제보다는 前 대통령의 친일 확증 발견 문제 같은, 우리가 발을 붙이고 살아가고 있는 이 나라에 대한 문제를 좀 더 나중에 잊어버리는 것이 낫지 않을까.

요새 인터넷의 뜨거운 감자는 남성의 키가 180cm 이하면 소위 ‘루저’라는 발언을 공중파에서 한 ‘루저녀’이다. 물론 개인의 취향을 성급히 일반화한 명백한 실언이다. 그러나 그것에 묻힌 수많은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 우리는 그만한 관심을 갖고 있는가. 사회가 조금씩 전진하는지 퇴보하는지 감시하는 것은 일부 지식인만의 몫이 아니라 우리 국민의 몫인데도. 매스컴은 예나 지금이나 국민을 참 쉽게 보고 있다. 3S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약간씩 형태를 바꾸어, 오히려 더 긴밀하게 우리의 삶을 잠식하고 있다. 나는 연예와 이성에 대한 취향에 무지할망정 쉬워보이는 국민은 되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