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행(국문03)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대학을 ‘지성의 전당’이라고 일컬을 때, 그곳에서 공부하는 우리 대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지성인’으로 불리게 된다. 그러니까 단지 대학에 입학했다는 이유만으로 대학생들은 어떠한 일이든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교양인이라는 뜻을 지닌 이 거창한 칭호를 부여받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캠퍼스에서 생활하다보면 이것이 정말 지성인다운 대학생의 모습인가하고 의문을 갖게 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사례 1 : 도서관 열람실
칸막이가 있는 도서관 열람실 자리에는 조도를 높이기 위한 스탠드도 함께 설치되어 있다. 그런데 가끔 보면 스탠드만 홀로 켜져 있고 정작 그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할 학생은 없다. 공부를 하지 않을 때 스탠드를 끄고 나가는 것은 당연히 지켜야 할 에티켓이 아닌가?

사례 2 : 도서관 DVD 이용좌석
공간 시간, 도서관에서 DVD를 빌려 영화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옆 자리에 앉아 있는 학생이 전화를 받더니 시끄럽게 통화하기 시작한다. 모두가 헤드폰을 끼고 조용히 있는 공간에서 그 학생의 목소리만 크게 울려 퍼진다.

사례 3 : 강의실 
많은 학생들이 수업 전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뽑아 수업 시간에 마신다. 그런데 수업이 끝난 후 책상 위나 바닥에는 학생들이 버린 음료수 캔이 데굴데굴 굴러다닌다. 쓰레기는 본인이 아니라 청소하시는 분들께서 대신 치워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실천하는 양심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철학자 사르트르는 전문기술자와 지성인을 구별한다. 전문기술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현실을 왜곡하는 기능인에 불과한 반면, 지성인은 현실을 직시하면서 모든 억압을 문제시하고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자기 혼자만 편하자고 가장 기본적인 예절·매너조차 지키지 않는 사람은 아무리 똑똑한 대학생이라고 해도 지성인이 아니라 전문기술자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그냥 주어진 것이라고 여기기 쉽지만, ‘지성인’이라는 이름값을 감당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