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현지 기자 (neungson@skku.edu)

그토록 간절히 원하던 첫사랑이 이뤄지지 않은 것을 제외하고는, 지금껏 살면서 내가 간절히 바래온 건 모두 다 이뤄졌던 것 같다. 2단 뛰기, 일명 쌩쌩이를 5번도 채 못하던 내가 체육 실기 시험 때 40개 만점에 39개를 해냈던 기적의 날이나, 정말 가입하고 싶었던 단체의 면접에 1시간 반이나 늦고도 3: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했던 날들을 생각하면 내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두근대며 역동하는 간절함이 나에게 무한한 힘을 보내준 것 같다. 1년 반의 방탕하고 후회되는 대학 생활을 청산하고자 지원했던 성대신문사 또한 그랬다. 지원 당시 경쟁률이 어땠는지는 중요치 않다. 나는 이번이 아니면 기자로서의 내 꿈을 실현해볼 수 있는 기회가 영영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비롯된 간절함을 온 머리와 마음과 눈 속에 품고 있었고, 그것 때문인지는 모르나 어쨌든 합격하여 10명의 동기들과 함께 수습기자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신문사 생활에 대한 간절함은 객관적으로는 어땠을지 모르나 내 나름대로는 수습기자 생활을 누구보다 열심히 하게 해준 원동력이었다. 입시 논술 이후 글 쓰느라 머리를 굴려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매주 부여되는 과제가 쉽지만은 않았고, 오전 수업밖에 없는 바람에 6시 트레이닝을 위해서는 따분한 오후시간을 중도에서 눈에 들어오지 않는 책장을 넘기며 보내야 했다. 무기력과 우울함 덕분에 저번 학기 3분의 2토막 난 학점의 복구와 내년에 3학년이라는 심리적 압박감 또한 나를 흔들어 놓은 것이 사실이지만, 삐걱대던 머릿속의 톱니바퀴들이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들로 오랜만에 굴러가게 되었다는 것에 대한 만족감과 오랫동안 꿈꾸던 기자에 다가가고자 하는 간절함이 그 모든 것을 덮어버렸다.

신문사에 대한 간절함이 남달랐던 나였기에 수습기간 동안 동기들이 신문사를 떠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마다 화가 났다. ‘그만한 간절함도 없으면서 어떻게 신문사 생활을 하려는 거지?’ ‘뭐든 시작할 때는 그 어떤 어려움도 이겨내고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고 말겠다는 간절함으로 시작해야 되는 거 아닌가?’라고. 직접 그들에게 그런 식으로 말하지는 못했다. 나와 같은 곳에서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이 나와 같은 간절함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이 안타까웠지만 그들에게 없는 간절함을 내가 강요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그저 그들도 그들이 간절히 원하는 무언가를 찾아 그것에 매진할 수 있기를 바랄 뿐.

3개월 간 눈치 보며 지내왔던 ‘일개’ 수습기간이 지나고 부서배치를 받아 ‘대학부 준정기자’의 직함을 달게 된 지금, 나는 벌써 초심을 잃은 것 같아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된다. 내가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그런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하고 있지는 않은지. 새해를 맞아 나는 새로운 간절함을 준비하려 한다. 더 좋은 글을 쓰길 바라는 간절함. 내가 나뿐만이 아니라 모두를 생각할 수 있는 포용력을 가질 수 있기를 바라는 간절함. 항상 배우는 자세로 자만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함 등. 나조차 통제할 수 없는 무의식 세계로부터 시작되는 이 간절함들이 내가 원하는 것을 모두 이뤄주는 램프의 요정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