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영인 기자 (youngin09@skku.edu)
한겨울에 만나는 푸르름보다 생명력 넘치는 것이 또 있을까. 여기 다양한 체험을 통해 직접 보고, 만지고, 느끼면서 누구나 쉽게 차 문화에 다가갈 수 있는 곳이 있다. 단순히 끓이고 마시는 차를 넘어 보다 능동적으로 차를 만날 수 있는 곳, 바로 ‘티벨트 농장’을 찾아갔다. 눈으로 뒤덮인 속에서도 그곳의 차 잎들은 당당하게 싱그러움을 뿜어내고 있었다.

경기도 하남시에 위치한 티벨트 농장은 대중교통만으로도 쉽게 갈 수 있어 ‘도심 속 자연’으로도 불린다. 이런 수식어에 걸맞게 버스에서 내려 5분도 채 걷지 않았음에도 금새 드넓은 녹차 밭이 모습을 드러냈다. 농장 관리자의 설명과 함께 밭을 둘러본 후 이어지는 △차나무 심기 △발효차 유념 실습 △애기 순 따기. 이 같은 다채로운 활동을 통해 예절을 중시하는 정적인 차 문화가 아닌, 삶과 직접적인 관련을 맺는 새로운 차 문화를 체험했다. 또한 씨앗 하나가 발아해 손바닥만 한 묘목이 되기까지 1년, 그 묘목이 자라 차 잎을 만들기까지 수 년, 그 차 잎이 발효되기까지 수 일이 합쳐져 차 한 잔에 담김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다.
▲ 티벨트농장 최성원 실장에게 차나무 심는 법에 대해 배우고 있다. 

다양한 프로그램 중 특히 발효차 유념 실습은 단순히 차를 우리는 데서 차가 만들어 지는 과정까지 관심사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유념은 차가 독특한 발효 향을 지니기 위해 차 잎을 비벼서 돌돌 마는 과정으로 최소 24시간 이상이 걸린다. 내가 만든 차를 마실 수는 없으나 먼저 방문한 이들의 손길이 묻은 차를 보며 누군지도 모르는 그들의 얼굴과 몸짓 등을 상상하며 차로 소통하는 법을 깨닫게 된다. 또한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 짓이겨지며 둥글게 뭉쳐지는 차 잎들에게선 고통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모습이 보이는 듯 하다.

전체적인 차 체험은 기본적으로 깨끗함을 바탕으로 했다. 아무리 많은 이들을 유혹하는 값비싼 향이라도 차를 마시는 과정에서는 차의 향을 죽이는 잡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역설적이게도 아무런 향이 없는 것만이 요구된다. 그래서 체험을 원하는 모두는 깨끗이 씻고 냄새를 없애는 일종의 과정을 거친다. 이런‘비움’의 과정을 거쳐서일까. 모든 체험을 마친 이들의 눈에는 차의 맑음이 담겨있다.

최근 들어 다양한 교육센터와 프로그램이 활성화돼 비교적 일반인들이 차에 다가가는 것이 용이해졌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생활에 밀접한 문화라기보다 하나의 교육으로 여겨지는 것이 국내의 현실. 이런 상황 속 티벨트 농장의 노력은 “차는 누구에게나 쉬운 것”이라고 확신하는 티벨트 최성원 실장의 말과 맞물려 차에 대한 접근성 향상의 물꼬를 텄다.

도시 한복판에서 흙냄새를 원 없이 맡는 것이 이토록 쉬울 것이라고 상상했겠는가. 빠르게 흐르는 도시 시간의 흐름을 혼자만 벗어난 곳. 높은 접근성 덕분에 ‘지하철로 가는 녹차 밭’등의 애칭을 얻으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있는 티벨트 농장. 한 번 경험한 이들은 정기적으로 찾게 된다는 마법의 주문이 걸려 있는 곳이다. 여기에 농장만의 확고한 유기농 철학이 더해져 새로운 차 문화가 탄생했다. 이번 방학 당신도 직접 보고, 만지고, 느끼면서 녹차에 다가가 보는 것이 어떨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