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동형성(Reaction Formation)

기자명 고두리 기자 (doori0914@skku.edu)

평소 당신에게 친절을 베풀던 사람이 연쇄살인범이라면 믿겨지겠는가. 처음에는 어안이 벙벙하고, 그 사실을 부정하게 된다. 살인범은 무의식 속에 감춰져 있는 살인충동을 들키지 않기 위해 그 반대의 행동, 즉 예의바르고 부드러운 태도로 사람들에게 다가간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살인범 스스로도 친절을 베푸는 행동에 대해 깨닫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렇듯 무의식 속에 숨어 있는 자신의 강한 욕망이나 심정을 타인에게 감추기 위해 자신도 모르게 정반대의 행동하는 방어기제를 ‘반동형성(reaction formation)’이라 한다. 예를 들어, 평소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아하고 활발한 성격을 지닌 사람이 실제로는 굉장히 소극적인 사람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자신의 성격을 남에게 보이는 것이 두려워 무의식적으로 상대방에게 지나친 관심을 표한다거나 부담스러울 정도로 계속 말을 건넨다. 자녀를 과잉보호하는 부모의 행동에서도 반동형성의 작용을 볼 수 있다. 과잉보호의 성향을 보인 한 부모를 정신 분석한 결과, 사실은 자녀를 굉장히 원망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그러나 내면에 있는 원망의 감정을 그대로 표출하게 되면 가정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그 반대의 행동으로 원망의 감정을 숨기고 자녀를 과잉보호하는 것이다. ‘미운 아이 떡 하나 더 준다’라는 속담 역시 이 맥락과 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반동형성이 작용돼 나타나는 행동들은 대게 과장되거나 부자연스러운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반동형성이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프로이트(Freud)는 반동형성을 '이드' 충동의 공개적 표현과 이와 대립되는 '초자아'의 압력으로부터 '자아'를 보호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정의했다. 즉, 무의식에 잠재된 이드 충동이 의식으로 표출되는 것에 불안을 느껴 초자아는 이드 충동과는 반대의 행동으로 표현될 수 있도록 자아에게 명령한다. 예를 들어, 증오와 적의의 감정을 이드라고 하자. 이것은 무의식 속에 감춰져 있는 감정이기 때문에 본인도 깨닫지 못하는 본능이다. 이 감정이 상대방에게 그대로 보이는 것에 불안을 느낀 초자아는 도덕적 판단을 통해 증오의 반대감정인 사랑을 가지도록 자아에게 압력을 가한다. 그 결과 상대방에게 지나친 사랑의 감정을 표출하게 된다. 증오가 사랑으로 대치됐다고 말할 수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여전히 공격적인 욕구는 사랑이라는 표면 아래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반동형성은 우리가 모르는 무의식 수준에서 ‘자신’이라는 유기체를 보전하기 위해 애쓰는 자기 방어 메커니즘이며, 자신의 욕구를 가려주는 가면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방어 반응이 지나쳐 습관화되면 욕구좌절의 요소가 그대로 잠재돼 다시 새로운 욕구좌절이 파생되고, 잠재된 욕구와 현실의 행동에 괴리가 생겨 자신의 자아를 형성하는 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이 어떤 행동을 과장되거나 강박관념에 사로잡혀서 실행할 경우 반동형성이 아닌지 한 번쯤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왜 자신이 과장된 행동을 하는지 스스로 또는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이유를 밝혀내고 그것을 고치려 노력한다면 심리적으로 안정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용어해설 ☞이드(id)ㆍ자아(ego)ㆍ초자아(superego): 프로이트 정신분석이론에 의하면 인격은 이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이드는 인간의 원시적인 무의식충동의 욕구이며 초자아는 ‘양심’에 해당하는 것으로 도덕적 판단을 하고, 이드를 통제하는 데 이바지한다. 자아는 이 두 부분의 중개역할을 통해, 행동으로 실행하는 성격을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