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니멀리즘(Minimalism)

기자명 이성준 기자 (ssjj515@skku.edu)

현 사회의 흐름을 대표할 수 있는 단어를 하나 꼽자면 ‘간소화’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복잡한 각종 행정업무가 간소화의 이름 아래 편리하게 바뀌었고 사용하기 힘든 컴퓨터나 기타 전자기기들도 사용이 간편해졌다.

이와 같은 간소화를 학술용어로는 미니멀리즘(Minimalism)이라 한다. 미니멀리즘은 1960년대 이후 조형 및 예술분야에서 처음 등장해 도널드 주드나 필립 그래스와 같은 예술가들에게 큰 영향을 줬다. 이들은 부차적인 기교나 표현이 작가가 작품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바를 왜곡시킬 수 있다며 기초적인 부분만을 표현하는 단순한 형태의 예술작품을 추구했다. 사족(蛇足)을 최소화함으로써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정확히 전달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미술평론가 강태희는 “미니멀리즘을 통해 예술이 정체성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미니멀리즘의 이 같은 특징은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행정업무와 전자제품 등 실생활의 많은 부분을 실용적으로 바꿔놓았다. 뿐만 아니라 산업구조에 자동화 물결을 몰고 와 제품을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과 시간을 혁신적으로 단축시켰다. 특히 종교적 의식을 중시하는 아시아권 국가에서는 제사과정을 생략하는 등 종교의식을 단순화시키기도 했다. 이 같은 과정은 높은 효율성을 가져왔고 결과적으로 정부와 많은 기업은 미니멀리즘을 통해 비효율적이던 여러 제도를 개혁했다.

하지만  미니멀리즘이 주목받고 있는 현재 일각에서 무분별한 간소화에 우려의 목소리를 표명하고 있어 이목을 끌고 있다. 이들은 현재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미니멀리즘이 결코 진정한 의미를 살리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미니멀리즘의 핵심은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함으로써 그 본질에 한 발짝 더 다가가는 것인데, 앞서 제시한 예를 이에 맞춰보면 그 의의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산업구조의 예를 한 번 살펴보도록 하자. 산업, 즉 직업을 단순히 재화를 만들어내는 행위로 간주한다면 산업라인을 자동화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보일지 모르나, 직업은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한 개인은 직업을 통해서 자아실현을 이루고 삶을 안정적으로 이어나갈 수 있다. 직업의 의의가 이와 같은데도 불구하고 단순히 제품생산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산업라인을 자동화하는 것은 미니멀리즘이 아니다. 자동화가 산업의 진정한 의의를 살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번엔 제사과정의 간소화를 살펴보자. 예로부터 전해지는 전통인 제사는 그 행위를 통해 우리가 선조들에게 예를 갖추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 사회의 근본을 지탱하고 있는 유교문화의 일부인 예의 과정을 실용성과 효율성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생략해선 안 된다. 문화 정체성이 그 나라의 경쟁력으로 평가되는 시대에 우리의 정신을 매장하고 실용성만을 추구하는 것이 과연 미니멀리즘인지 의문이 든다.

물론 간소화를 실생활에 적용함으로써 비효율적으로 이어져왔던 다양한 일을 개선할 수 있다. 실제로 상품 유통구조의 간소화는 소비자들에게 저렴한 제품을 제공했으며 생산자에게는 높은 수익률을 안겨줬다. 하지만 미니멀리즘이 현대사회를 윤택하게 해줄 개념이 되기 위해선 지적받고 있는 문제점을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 앞으로 미니멀리즘이 진정한 간소화의 의미를 실현해내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