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두리 기자 (doori0914@skku.edu)

과제를 하는데 생각은 떠오르지 않는다. 인터넷에서 검색하다 갑자기 마음에 드는 글을 발견한다. 마우스로 글을 드래그해 Ctrl+C를 누른 다음, Ctrl+V를 눌러 글을 문서에 갖고 온다. 이때 필요한 수단은 단 두 손가락. 1초도 안 되는 시간에 그 글은 ‘나의 글’이 됐고, 나의 과제는 손쉽게 완성됐다…

표절을 뜻하는 ‘plagiarism’은 어린아이 납치범을 의미하는 라틴어에서 유래된 것으로, 다른 사람의 글을 훔쳐 자기가 쓴 것처럼 행세하는 행위를 말한다. 국내 표절문제는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지만, 최근 들어 표절과 관련된 시비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국내에는 아직 지적재산권 보호에 대한 개념이 명확하게 자리 잡고 있지 않아 표절에 대한 문제의식이 미미하다. 이에 따라 △학술 △문화 △정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표절 논란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데, 특히 정보화 시대에 들어오면서 표절은 너무나도 쉽게 이뤄지고 있다.

이에 정부 차원에서 작년 12월 표절 전담 기구인 ‘표절 위원회’를 발족하는 한편 대학사회에서도 표절교육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대구가톨릭대학교는 지난해부터 ‘학습윤리 가이드북’을 제작해 학부생과 대학원생에게 배포하고 있으며, 한양사이버대학에서는 표절문서 검색엔진을 도입하여 표절 여부를 걸러내고 있다.

최근 우리 학교도 표절행위 근절에 발 벗고 나섰다. 작년 12월부터 성균어학원 외국인 교수들이 자신들의 출신 대학교 표절 기준을 토대로 ‘학생들의 글쓰기 능력 향상을 통한 표절방지’프로젝트를 시작한 것. 평소 우리 학교 외국인 교수들은 많은 학우가 에세이 작성 시 적절한 인용법을 알지 못해 표절하는 것을 보고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이러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시작된 프로젝트는 △연구자료 수집 및 분석 △강의교안 작성 △교원 간 강의교안 의견수렴 △확산교육을 위한 교원 워크숍 과정을 통해 진행됐다. 올해 1학기부터 시작된 표절방지 교육은 기본영어인 영어쓰기 과목에서 실시되고 있다. 학우들은 수업시간에 표절방지 및 올바른 인용법에 대한 교육을 배우며, 표절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도 작성하게 된다. 이는 단순히 처벌에 그치는 기존의 대응방식에서 벗어나, 미리 교육을 통한 학생들의 표절에 대한 인식을 바꿔 이를 범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성균어학원 원태희 계장은 “이번 교육이 많은 학생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긍정적인 전망을 표했다. 이미 정보통신공학부에서 교육을 요청하는 등 학내에서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또한, 올해를 시작으로 앞으로 다른 과목에서도 교육을 시행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대학교들은 표절문제의 심각성을 일찍부터 인식해 엄중히 처벌하고 있다. 때문에 국내에서 대학생활을 하다 유학이나 교환학생으로 외국 대학교에 진학한 학생들은 그곳의 엄격한 표절규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교환학생으로 영국 노팅엄대학에 다녀온 김다솔(신방06) 학우는 한국과 다른 환경에 처음에 적응하는 데 많이 힘들었다고 한다. 김 학우는 “과마다 표절 가이드라인이 있고, 표절 감식사이트인 ‘턴잇인(www.turnitin.com)'을 통해 표절문구나 의심문장을 걸러내기 때문에 표절은 엄두도 못 낸다”며 “표절행위 적발 시 바로 F학점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과제할 때 신중해진다”고 말했다.

이제 대학사회에서 학습윤리 교육은 선택이 아닌 필수요소가 됐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본인 스스로가 표절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자세다. 한 번 맛을 들게 되면 쉽게 헤어나오지 못하는 ‘표절’의 마력. 그럴듯한 과제나 논문이 완성됐다고 뿌듯해하지 말자. 모든 것을 잃게 됨은 한순간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