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조흔(법학05)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보통 사람들에게서는 가을이 되면 ‘가을을 탄다’며 우울해 하는 모습들이 지금껏 상당수 관찰되었는데 이와는 정 반대로 나에게는 봄이 되면, 특히 5월이 되면 기분이 우울해지고 무력감에 빠지는 습성이 있다. 2년 전부터는 스스로 ‘5월병’이라고 명명하기도 한 이 증상들이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하면 강의실은 물론이고 도서관에서도 집중하지 못하고 멍청하게 앉아서 시간을 보내버리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제는 이 ‘5월병’과 싸워 이기는 방법을 터득하였는데 아래에서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맨 먼저 산책을 들 수 있다. 귀에 이어폰을 꽂은 상태로 학교후문을 나와 아름다운 감사원 길을 걸으면 기분이 시원해지면서 머리가 맑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5월에는 감사원 길에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는데 언젠가 읽은 신문기사의 말을 빌리자면 종로 도심 한복판에서 마을버스 한번으로 구경할 수 있는 가장 가깝고 아름다운 꽃길은 감사원에서 성균관대로 이어지는 바로 그 길이라고 한다.

두 번째 방법은 아무래도 음악을 빼 놓을 수 없다. 경쾌한 곡을 들으며 직접적으로 마음을 밝게 하는 것도 좋고, 슬프거나 비장한 곡을 들으며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마음을 정화하는 것도 좋다. 개인적으로 멘델스존의 바이올린협주곡 64번 마단조를 통해 많은 위로를 받는 나에게는 후자가 더욱 효과적인 것 같다. 음악도 그 장르가 가요부터 클래식까지 실로 다양한데 어떤 장르를 택할 것인지에 관하여는 자신의 취향을 따를 것이지 반드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음악을 들을 때는 눈을 감고 선율을 따라가며 마음속에서 그림을 그려보시라. 작곡가나 가수, 연주자가 어떤 느낌이었을지, 어떤 이미지를 그렸을 지를. 나아가 작곡가가 곡을 썼던 시대적 사회적 배경을 동시에 연결 지으며 작품을 분석하고 감상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는 실제로 음악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작곡가의 의도나 전하고자 하는 바를 완벽하게 분석해 최고의 연주를 하기 위한 방법으로 우리처럼 가벼운 기분전환을 위해 음악을 즐기기 위해서 굳이 이 정도까지는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좋다.

우울함을 느낄 때 사람들은 술을 마시며 기분을 달래는 경우도 많은데 경험상 적당한 음주는 기분 해소에 도움이 되나, 과음하게 되면 도리어 기분이 더욱 악화된 적이 적지 않다. 이는 마시다보면 더 마시게 되고 마침내 자리를 맺기가 무척 아쉬워져 “한잔만 더”를 연발하며 동행자들을 괴롭히는 이른바 ‘주취로 인한 절제력 감소 현상’에 기인하는데 요즘에 이르러서는 이러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중이고 어느 정도의 성과(?)를 달성했다고 감히 자평하는 바이다(동아리 내 일부 반대의견 있음).

위의 방법들은 ‘5월병’을 이겨내기 위한 것이지만 사실 일상생활에서도 널리 쓰일 수 있는 것이고 실제로 나도 우울함이나 슬픔을 잊기 위해 애용하며 큰 효과를 보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우울함 극복에 이러한 특별한 방법들이 필요하다는 것은 나의 생래적인 감정통제능력이 부족해 슬픔에 빠지면 일상생활 리듬도 흐트러진다는 부족함의 의미일 수 있으므로 앞으로는 더욱더 인격 수련에 정진해 마침내는 슬픔에 빠져도 그대로 주저앉지 아니하고 새로운 삶의 에너지로 승화시켜 자신에게나 주변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줄 수 있도록 점점 노력해 나가야겠다고 다짐하며 이만 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