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의 독서
대학시절의 독서
  • 성대신문
  • 승인 2010.05.23 19:40
  • 호수 1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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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대회(한문학과) 교수
출판에 종사하는 분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정말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는데 의외로 판매가 부진할 때가 적지 않다는 불평을 몇 번 들었다. 그들이 말하는 좋은 책이 전문서적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품격있는 교양서로서 자부심을 갖고 만든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는데 독자들 반응이 영 신통치 않다는 것이다. 그분들의 판단이 독자의 성향과 입맛을 모르고 하는 말일 수도 있다.

그런 불평에 대해 나는 대체로 공감하면서 나름대로 분석을 해보았다. 어떤 분야가 되든지 교양서라면 3천 명 정도는 관심을 기울이는 독자와 도서관이 있어야 지식 시장이 활력을 지니며 발전할 수 있는데 한국의 독서시장은 그런 활력면에서 좀 부족하다. 한 마디로 다양한 분야의 마니아층이 엷다. 또 하나의 요인은 그런 품격있는 교양서를 읽는 독서층이 20대에 제대로 형성되어 있지 않다. 불만스러운 점은 독서를 많이 할 수 있는 대학사회에 그런 독자층이 만들어졌다고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사회에 나아가기 이전 한창 전문적 지식을 습득하고 각 분야에서 전문인력으로 활동할 대학생들이 그런 도서의 주독자층으로 자리잡지 못했다.

출판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대학생을 위해서 이러한 현상은 서둘러 변해야 한다고 나는 판단한다. 대학생은 지적으로 가장 왕성한 욕구를 보여야 할 집단이다. 전공분야에 밀도있는 공부도 당연히 요구되지만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적 호기심도, 가질 수 있는 한 최대한 가져야 한다. 그런데 한국 대학, 대학생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졸업후의 취직준비로 전공분야 공부나 어학 공부 스펙쌓기에도 시간이 부족한 현실이니 짧은 시간안에 전공분야의 핵심지식을 최대한 경제적으로 장악할 수 있는 지름길만을 찾는다. 그렇게 하면 전공분야의 전문인이 되기 위한 정확한 그림을 그런대로 그릴 수 있으리라. 그러나 큰 그림은 그려지지 않는다. 내가 아는 바로는 대학의 교과과정을 착실하게 따라간다고 해서 정말 유능한 전문가가 된다는 보장은 없다. 그 과정은 전공에 대한 최소한의 방법제시와 지적 훈련에 불과하다. 부족한 부분은 연구자의 노력으로 채워진다.

그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중요한 길의 하나가 바로 독서다. 어떤 분야이든 몇 권의 책으로 정리되는 지식이란 거의 없다. 더욱이 그렇게 정리된 책이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법까지 찾아주지 못한다. ‘이 교재 한 권 읽으면 고득점을 자신한다’와 같은 수능대비 수험서란 지식세계에서는 존재하기 어렵다. 다양한 저작을 읽어 넓고 깊은 지식을 습득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게다가 한 전공 한 분야에 완전히 시선을 고정시킨 채 자기 분야 밖에 인간으로서 배우고 익혀야 할 세계가 넓게 펼쳐졌다는 것을 모른 체 한다면 그것은 무지하거나 오만이다. 그렇게 하고서는 기존 틀에 벗어난 새로운 지식의 창출도 기대하기 어렵고, 또 인생을 즐기는 길로 들어섰다고 보기도 어렵다. 세계와 인생을 이해하는 방법으로 독서만 있는 것은 결단코 아니나 비용도 가장 적게 들면서 깊고 다양하게 접근하는 방법으로는 독서가 으뜸갈 것이다.

그런 독서도 경험과 훈련이 없으면 접근하기도 즐기기도 쉽지 않다. 책을 잡는다고 바로 책에 빠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에 따라 다르겠으나 대학생 때 전공서도 교양서도 읽는 버릇을 만들어 놓지 않은 사람이 30대 40대가 되어 갑자기 시간이 생겼다고 해서 책을 잡기는 힘들다. 책을 잡기까지는 해도 제대로 읽어나가기는 힘들다. 책을 읽는 버릇을 들여놓는 것이 필요한 이유이다. 그래서 적어도 대학시절에는 게걸스럽게 책을 읽어본 경험을 해보아야 한다. 마음이 이끄는 분야에서 좋은 책 안 좋은 책 가릴 것 없이 탐하는 기회를 잡아본다면 대학이란 지적 공간에서 청춘시기를 잘 보냈다고 할 만하다. 그런 대학생이 늘어간다면 품격있는 교양서를 소비할 주소비층으로 20대가 부각될 수 있고, 저 출판인의 불평도 사라지지 않을까. 그로부터 2·30년쯤 지난다면, 한국의 지적 풍토는 크게 달라져 보이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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