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혁(자전09)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새 것’은 항상 강한 메리트를 느끼게 한다. 새로운 물건, 새로운 노래, 새로운 사람은 신선하고 진보적이어서 누구든지 그것을 갖고 싶게 만드는 힘이 있다. 반면 기존에 있던 것은 자신 혹은 남들이 이미 사용하던 것이고, 구태여 그것을 소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이를테면, 블루오션과 레드오션의 차이와 같다. 새롭지만 불안정한 블루오션과 기존에 존재하던 안정된 포화상태의 레드오션. 그런데 새 것과 옛 것을 저울질 하는 것은 힘들다. 겉으로는 새 것이 옛 것보다 명백히 선호되어야 마땅하지만, 그 둘은 각각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새 것은 미래에 대한 기대심리를 갖게 하고, 자신과 남을 차별화하는 개성, 무한한 변화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것에 대한 분명한 보장이 없기 때문에 위험부담이 크다. 반면 기존의 것은 진부하다는 단점이 있으나 안정성과 개선가능성이라는 확실한 메리트를 제공한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새 것에 열광하지만, 결국 기존의 것을 선택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 가장 큰 이유는 단연 ‘개척의 험난함’일 것이다. 자유전공학부 또한 현재 그런 험난한 길을 걷고 있다.

5월 3일 자 성대신문에 정광윤 기자의 자유전공에 대한 기획기사가 ‘자유전공 1년, 개척자의 길은 험난’ 이라는 제목으로 실렸다. 자유전공학부 소속 학생이기에 단연 눈에 띄었다.

기사는 자유전공이 여기저기 생겨난 지 1년 후인 현재를 조명하고 있었다. 기사에는 학부에 대한 커리큘럼의 내용, 인적지원이 부족하고, 2학년이 되면서 선택하게 되는 3가지 트랙에 대한 설명과 차별화된 지원이 미비하다는 학부생으로써 공감이 가는 내용들이 실려 있다.

실제로 많은 자유전공학부 학생들이 새로움에 대한 메리트에 이끌려 자유전공을 선택하게 되었는데, 그 정체성의 불확실함에 크게 실망하고 있다. ‘공공사회, 사회규범, 인간문화’ 로 표기된 세 개의 트랙은 이름부터 그 정체가 분명하지 않고, 그에 따른 설명과 지원도 애매하다. 설립된 지 수 십년이 지난 다른 학부와 비교 할 수는 없지만, 현재 자유전공학부의 상태는 위험하다는 말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VISION2020(안)’ 설명회에 참가했던 자유전공학생대표는 자유전공학부, 다른 대다수의 학부, 그리고 ’VISION2020(안)’ 기획단의 가치관이 제각각이고, 자유전공학부에 주어졌던 혜택들이 학교의 사업이 진행되면서 다른 학부에게도 주어진다는 것에 크게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이러한 소식은 이전부터 정체성 문제로 어수선했던 자전학부생들을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게 만드는 길로 이끌고 있다.

새로운 것은 과도기를 겪기 마련이다. 그것이 사회에서 받아들여지기 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이고 아직도 나타나지 않은 많은 고난이 있을 것이다.

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자유전공학부가 어떤 곳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고, 심지어 주위에는 자유전공학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도 있다. 이 굽은 길들이 ‘새로움’을 선택한 결과라고 한다면 거기에는 그것을 받아들일 사람과 새로움을 포기할 사람들이 있다. 새로움이 제공하는 메리트중의 하나는 그 새 것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어 갈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것이다.

아직 포기하기는 이르다. 자유전공학부는 이제야 기존의 길이 아닌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헤메고 떠돌고 길을 고치고 닦아가며 우리가 기대해왔던 결과를 만들어 내야 한다. 1년 전으로 돌아가, 도전에 대한 설렘을 되찾아 오는 것이 다른 어떤 제도적인 문제들을 고쳐나가는 것 보다 자유전공학부라는 꿈이 실현되기 위한 우선과제이다.